[기자가만난세상] 친환경 마케팅의 순수성

권구성 2021. 11. 2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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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 광고 카피는 오늘날에도 '파타고니아'의 대표 슬로건으로 통한다.

재킷 한 벌에 들어가는 목화가 재배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하고, 이를 유통하는 데 상당한 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꼭 필요한 옷만 사라는 의미다.

이 카피를 내건 파타고니아의 순수성을 두고 부가적인 논란이 뒤따르지만, 진정한 친환경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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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2011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 광고 카피는 오늘날에도 ‘파타고니아’의 대표 슬로건으로 통한다. 재킷 한 벌에 들어가는 목화가 재배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하고, 이를 유통하는 데 상당한 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꼭 필요한 옷만 사라는 의미다. 이 카피를 내건 파타고니아의 순수성을 두고 부가적인 논란이 뒤따르지만, 진정한 친환경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건 분명하다.
권구성 문화체육부 기자
최근 스타벅스는 서울과 제주에서 ‘일회용컵 없는 에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매장 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대신 개인용 텀블러나 다회용 머그잔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컵을 외부로 반출해야 하는 경우 보증금이 포함된 컵을 판매하고 추후 반납받는 방식이다. 업계 1위인 스타벅스의 친환경 행보에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뒤따르는 분위기다.

기업이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적극 나서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지만, 이면의 순수성을 두고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친환경을 목적에 두기보다 그것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기업의 영리함 때문이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서면 ‘일회용컵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과 함께 비치된 형형색색의 텀블러 상품들이 눈에 띈다.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입고 출시되는 제품들은 매장 한편에서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최근에는 일회용컵 사용이 제한되면서 이런 텀블러들이 일종의 ‘입장권’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통상 커피값보다 4∼10배가량 비싼 텀블러를 판매하면서 친환경운동에 동참할 것을 유도하는 셈이다.

텀블러는 가격만 비싼 것이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텀블러는 생산 과정에서 종이컵 대비 24배의 탄소를 배출한다. 스테인리스 텀블러의 경우 최소 220회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컵을 대신한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조사에서 텀블러를 구매한 뒤 꾸준히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텀블러를 세척하는 데 쓰이는 세제나 버릴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부가적인 문제다. 텀블러를 구매하는 것이 친환경에 동참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만 사실은 환경을 더 오염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카페들은 텀블러 사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대다수의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에 한해 커피값을 200∼300원씩 할인해 주고 있다. 반면 매장 내에서 머그잔이나 유리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겐 이런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친환경의 관점에선 텀블러를 추가로 소비하는 것보다 머그잔을 이용하는 것이 분명 더 도움이 되지만,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학교에선 나무가 벌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종이를 아껴 쓰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요즘은 플라스틱 빨대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종이 빨대로 대체하고 그것을 친환경이라 부른다. 어쩌면 친환경은 기업의 영리한 마케팅 덕분에 상대적 개념으로 소비하는 대상인지 모른다. 친환경의 본질과 목적은 친환경 자체에 있다. 그것이 새로운 소비를 불러온다면 그 순수성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권구성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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