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용돈 찾으러 버스 2개 정류장 거리 걷는다"..6년간 은행 점포 1000개 사라져
현금 인출 위해 은행권 방문 53.8%
"공동지점, 공동ATM 추진 부진"
2015년 이후 은행권의 점포 축소가 진행되면서 고령자 등 일부 계층과 거주지역 내 금융인프라가 부족한 주민들의 금융이용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은행권의 점포 축소와 금융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거래 중심으로 금융환경이 재편, 은행권 점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 이후 국내 은행권 점포가 꾸준히 감소했다. 2015년말 기준 7281개였던 은행권 점포는 통합과 폐쇄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 기준 6326개로 줄었다. 현재 진행중인 점포 통합과 폐쇄 조치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143개 점포가 추가로 사라질 전망이다. 연말이 지나면 6년간 1098개 은행권 점포가 없어지는 셈이다.
점포 축소 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지방·특수은행보다는 시중은행 점포 감소가 전체의 68.4%를 차지해 두드러졌다. 가장 접근성이 높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점포 감소가 진행된 셈이다.
은행권 점포 축소는 고령자와 농어민, 장애인 계층에 특히 금융소외 현상을 심화시킨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를 보면 70대 이상 고령층의 현금 이용비중은 68.8%로 전체 연령대 평균(26.4%) 대비 높게 나타났다. 현금 인출을 위해 금융기관 창구를 이용하는 비중도 53.8%로 전체 평균(25.3%)을 웃돌았다.
이는 고령층의 현금 및 대면거래 의존도가 다른 연령대 대비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은행권 점포 축소는 현금 입·출금 통로 감소, 그리고 현금이용자와 고령층 불편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고령자를 비롯해 농어민, 장애인 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종합 수준이 다른 계층에 비해 낮은 것도 이런 불편을 심화하는 원인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올해 3월 발표한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령층(68.6%), 농어민(77.3%), 장애인(81.3%)의 디지털 정보화 종합 수준이 일반국민의 정보화 수준(10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거래 서비스 이용률도 고령층이 41.1%로 일반국민(100%)에 비해 낮았다.
은행권이 점포 대신 ATM 등 자동화기기 설치를 통해 점포 감소로 인한 금융서비스 이용 불편을 일부 해소하려 하고 있지만 ATM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은행권 ATM 설치 대수(편의점 등에 설치된 VAN사 ATM 제외)는 2016년 7만9659대에서 지난해 7만178대로 감소했다.
공동지점을 확대할 경우 전체적인 점포 축소에도 불구하고 금융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점포를 유지할 수 있고 공간 공유를 통해 임대료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지점 운영 시 점포 관리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고객 정보유출 등의 사고발생 시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현실적으로 은행들이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할 가능성이 높아 서비스 축소로 지점 운영의 실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추가적인 논의가 부진한 상황이다.
반면, 영국은 2007년부터 2017년 사이 은행 점포가 1만1365개에서 7207개로 37% 감소해 금융서비스 이용 불편과 반대 여론이 일자 우체국 점포망을 활용해 우체국에 여러 은행의 점포를 입점시키는 형태의 공동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6개 은행이 지방 소도시에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약국, 관광기구, 구의회 등 커뮤니티 파트너를 통해 공간과 인력을 지원받아 공동 ATM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조 인력 배치를 통해 고령층 등의 공동 ATM 사용 편의성을 증대시키려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이구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은행권 점포 축소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 외에도 금융의 디지털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선택해야만 하는 생존전략 중 하나로 보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현재 금융당국이 발표한 정책들은 명확한 대안과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공동지점, 공동ATM 추진도 부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점포 축소에 따른 금융소외 현상을 방치할 경우 일부 이용자들이 금융서비스에서 탈락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제언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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