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고위층 상대로 '미투' 폭로한 펑솨이 '실종설' 해소..강압 의혹은 여전
'미투'는 사라지며 파문 계속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에 기름 끼얹어
중국 최고위층을 상대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5)가 22일(현지 시각)19일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중국 매체 관계자들이 연달아 펑솨이의 근황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하면서다. 펑솨이의 등장으로 실종설은 해소됐지만, 미투 폭로가 특별한 언급도 없이 사라지면서 여전히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은 해당 파문이 여성 선수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 확산에 일조하자, 관영매체를 동원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계와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을 못 믿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펑솨이는 지난 2일 밤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장가오리(75·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가 지난 2018년 은퇴한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을 포함해 위력에 의해 오랜 기간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해당 글은 20여분만에 사라졌고, 중국 SNS에서는 여전히 두 사람과 관련된 글이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연합신문망은 “한국 드라마 ‘총리와 나’도 갑자기 중국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펑솨이의 SNS 계정은 사라졌고, 이후 지인과 일부 매체는 그가 ‘연락두절’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펑솨이가 중국 최고위층을 상대로 미투를 제기해 감금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던 중 중국 관영매체 CGTN은 지난 18일 “펑솨이가 WTA 투어에 보낸 메일을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했는데, 펑솨이는 해당 메일에서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나는 실종되지도 않았다”며 돌연 자신의 폭로를 스스로 부정했다. 그는 “나는 집에서 아무 문제 없이 쉬고 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펑솨이의 감금 의혹이 불거진 지 10여일만에 갑자기 자신의 폭로를 스스로 부정하는 메일이 공개되자 펑솨이의 신변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오히려 펑솨이의 안전과 행방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이먼 대표는 “그 메일을 실제로 펑솨이가 썼는지 믿기 어렵다”며 “나는 여러 차례 펑솨이와 연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했다. 그는 “펑솨이는 어떤 강제에 의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중국 관영매체들이 펑솨이의 실종설 잠재우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통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인은 지난 20일과 21일 연속으로 트위터를 통해 펑솨이의 당일 모습이 찍혔다는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들에는 촬영 날짜를 알 수 있는 대화나 표시들이 포함돼 있어 ‘계획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지난 19일에는 또다른 중국 관영매체 CGTN의 한 기자가 펑솨이의 최근 모습이라며 3장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해당 사진은 펑솨이가 혼자 있는 모습, 지인들과 어울리는 모습, 공개석상에 등장한 모습 순으로 차례로 공개됐다. 하지만 이 역시 계획 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트위터가 금지돼 있는데, 트위터를 통해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것이 국제사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혹에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펑솨이 관련한 질문에는 “그 사건을 들어보지 못했다”라거나 “해당 부서에 질문하기를 바란다”,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중국 누리꾼들조차 “전세계 네티즌들이 들어본 이야기를 외교부는 못 들어봤다는 거냐?”고 꼬집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펑솨이는 지난 21일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유소년 테니스 대회 결승전 개회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당일 오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펑솨이와 30분간 영상 통화를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펑솨이는 현재 베이징 집에서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으며, 자신의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IOC의 발표에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변인은 “안전하다고 믿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WTA 투어 대변인은 22일 로이터 통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펑솨이의 최근 영상을 보게 돼 다행”이라며 “그러나 펑솨이의 안전, 검열과 강압 없는 의사소통에 대한 우려를 누그려뜨리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영상 통화가 이뤄졌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환구시보의 후 편집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펑솨이의 발언이 서방 언론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한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그들이 최근 이틀간 모습을 드러낸 여성이 가짜 펑솨이라고는 주장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펑솨이를 진정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최근 그의 등장이 대부분의 우려를 해소하고 안심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체제를 공격하고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을 목표로 삼은 이들에게는 아무리 많은 팩트도 소용이 없다”며 펑솨이의 실종설이 해소됐는데도 국제사회가 의혹을 거두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는 “그들은 그들이 상상하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만 믿는다”고 했다.
앞서 펑솨이가 바흐 위원장과 영상 통화를 하기 전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오사카 나오미(일본) 등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은 일제히 펑솨이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펑솨이의 미투와 실종설에 3주간 모르쇠로 일관했던 중국 정부도 22일 펑솨이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펑솨이 관련 질문에 “이것은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신도 그가 최근 공개 행사에 참석한 것을 봤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자오 대변인은 펑솨이의 안전을 묻는 거듭된 질문에 “추가로 말해줄 수 있는 소식이 없다”고만 했다.
이로써 펑솨이의 실종설은 해소됐지만, 그의 미투 폭로는 실종된 상황이다. 중국 관영매체도, 중국 정부도 펑솨이의 미투 폭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펑솨이와 IOC 위원장 간 대화에서도 이는 거론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펑솨이가 현재 자유로운 상황인지 강압에 의해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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