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출장갔다 투옥된 前인터폴 총재, ‘펑솨이 사태’로 3년만에 재조명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1. 11. 2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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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멍훙웨이 부인 佛서 언론 인터뷰
“연락 안 돼 생사 여부도 불투명… 中은 인권·자유 탄압하는 괴물”
마윈·자오웨이도 한때 사라져
2019년 6월 20일 멍훙웨이(가운데) 전 인터폴 총재가 중국 톈진시 제1중급인민법원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018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로 재직 중 중국을 방문했다가 체포된 멍훙웨이(孟宏偉·68) 전 총재 사건이 프랑스에서 3년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멍 전 총재의 아내가 사건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아 생사 여부조차 확인이 안 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테니스 선수 펑솨이(彭帥)를 비롯해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난 유명 인사들이 한동안 ‘실종’됐던 사건들까지 다시 주목받으며 중국의 인권과 언론에 대한 억압적 태도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멍 전 총재의 아내 그레이스 멍(49)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프랑스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남편이 체포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락을 주고받지 못했으며, 변호사를 통해 수차례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다”면서 “남편이 살아있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멍 전 총재의 가족이 언론을 통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권력에 의해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으며, 중국의 많은 가정이 나와 비슷한 운명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당국은 괴물”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스 멍은 사건 직후 쌍둥이 아들과 함께 프랑스로 망명, 현재 모처에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중국 공안부 부부장(차관급)이었던 멍 전 총재는 2016년 인터폴 수장에 당선됐다. 2018년 9월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에서 중국 출장을 갔다가 연락이 끊겼다. 그해 10월 중국의 반부패 조사기관인 국가감찰위원회는 멍 전 총재를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고, 그의 사직서가 인터폴에 접수됐다. 현직 국제기구 수장은 해당 기구 동의 없이 체포·소환·구금 등을 하지 않는 것이 국제 관례라 멍 전 총재 사건은 큰 논란이 됐다.

당시 중국 정부가 밝힌 멍 전 총재 체포 이유는 뇌물수수 등 부패 혐의다. 공안부 부부장, 해경국장이던 2005~2017년 사이 1446만위안(약 27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중국 법원에서 이 혐의가 그대로 인정돼 징역 1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본인이 항소를 포기,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실종 당시 멍훙웨이가 중국 공산당 지도자 친족들의 해외 재산 목록을 미국에 제공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멍 전 총재가 시진핑 주석의 정적(政敵)인 저우융캉(周永康·수감 중)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 서기가 발탁한 인물이라 숙청됐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에선 고위층을 비판한 인물이 사라지는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펑솨이는 지난 2일 소셜미디어로 장가오리(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했다가 2주일 넘게 소식이 두절됐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후에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1일 펑씨와 영상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펑씨는 “집에 잘 있다”고 했지만 성폭행 주장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마윈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한 금융포럼에서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가 1년 넘게 공개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알리바바 계열사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던 영화배우 자오웨이는 지난 8월 말 연예계 사정 과정에서 비판 대상이 돼 공식 무대에서 사라졌고, 20일 후 고향에서 목격될 때까지 실종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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