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통증 이겨낸 고진영.. 시즌 마지막 대회, 마지막 라운드서 역전 드라마

최수현 기자 2021. 11. 2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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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올해의 선수.. 다승·상금 1위 올라
63홀 연속 그린 적중 기록.. 2~4라운드 그린 적중률 100%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2021시즌의 마지막 날,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두 여자 선수가 챔피언조에서 만났다. 이날 승부에 많은 것이 걸려 있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고진영(오른쪽·26)이 가비 로페스(맨 왼쪽·멕시코)로부터 우승을 축하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23·미국)와 2위 고진영(26)은 나란히 4승씩 올리며 올 한 해 최고의 기량을 펼쳤다. 메이저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한 코르다가 올해의 선수 포인트와 상금 랭킹에서 앞서 있었다. 하지만 고진영이 여자 골프 최고 우승 상금(150만달러·약 17억8000만원)이 걸린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우승을 차지한다면, 단숨에 역전해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거머쥘 수 있었다. 시즌 내내 팽팽하게 경쟁해온 고진영과 코르다는 최종 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도무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고진영은 플로리다주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56야드)에서 열린 이번 대회 1라운드 경기 도중 눈물을 보였을 정도로 왼쪽 손목 통증에 시달렸다. 칩샷과 퍼트 외에는 샷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 날 그는 무섭게 몰입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9개 잡아내 10년 만에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를 새로 썼다.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를 쳐 2위 하타오카 나사(22·일본·22언더파)를 1타 차로 제쳤다.

공동 선두로 출발했지만… - 고진영(오른쪽)과 넬리 코르다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 14번홀에서 경기하고 있다. 세계 2위 고진영과 1위 코르다는 최종 라운드 공동 선두로 출발해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다. 우승한 고진영이 코르다를 밀어내고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까지 휩쓸었다. /AFP 연합뉴스

한 조에서 경기한 코르다는 고진영보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더 나갔으나 퍼트가 흔들렸다.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 줄이는 데 그쳐 공동 5위(17언더파)에 머물렀다. 결국 올해의 선수상도, 상금왕(350만2161달러·41억5700만원)과 다승 1위(5승)도 고진영이 휩쓸었다. 도쿄올림픽 금메달에 자신의 첫 메이저 우승까지 차지하고 세계 랭킹 1위에 처음 오르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코르다는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라이벌에게 찬사를 보냈다. “오늘은 완전히 ‘고진영 쇼’였다. 이런 날은 그냥 가만히 앉아 구경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고진영은 투어 통산 12승을 쌓아 한국 선수 최다승 4위에서 공동 3위로 올라섰다. 2019~2021시즌 3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고,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LPGA 투어 3년 연속 상금왕은 2006~2008년 ‘여제’ 로레나 오초아(40·멕시코) 이후 13년 만이다. 올해의 선수상을 두 번 받은 한국 선수는 고진영이 유일하다. 고진영은 “(이 대회 전까지) 우승을 네 번이나 했는데 올해의 선수상을 받지 못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 더 집중했다”고 했다.

사실 그의 2021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올 초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코로나 상황 등으로 인해 한국에 가보지 못하고 미국에서 계속 경기를 치러야 했다. 골프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골프가 행복을 위한 수단이지 목표는 아닌데, 내가 여기서 골프를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어요.” 펑펑 우느라 서너 시간밖에 못 자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는 이 시기를 ‘골프 사춘기’라고 표현했다. 큰 기대를 받고 나섰던 지난 8월 도쿄올림픽 땐 하루도 스스로 마음에 드는 경기를 못 했다고 한다. 메달을 따지 못한 그는 이후 한 달간 투어를 쉬면서 예전 스윙 코치를 다시 찾아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에 매달렸다. 투어 복귀 후 우승이 이어졌고 “스윙이 거의 완벽한 상태”라고 스스로 평가할 정도가 됐다.

고진영은 한번 흐름을 타면 기세를 무섭게 이어간다. 그는 이번 대회 1라운드 10번홀부터 4라운드 마지막 홀까지 63홀 동안 그린을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는 희귀한 기록을 작성했다. 2~4라운드 그린 적중률이 100%였다. 그는 남녀 골프 통틀어 연속 노 보기(no bogey) 홀 최다 기록(114홀·2019년)도 갖고 있다. 지난달에는 연속 60대 타수 라운드 최다 타이기록(14라운드)을 이뤄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51·스웨덴)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고진영은 “그 어느 해보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배 위에 감자튀김 올려놓고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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