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아낙 된 도시 여걸들 "귀촌 성장신화 쓸게요"
[경향신문]
이웃 단체들과 의기투합해 자금
요일별로 조를 짜 6년 동안 운영
지역사회 콜하면 출장뷔페 거뜬
모두가 사장, 결정은 만장일치로
친환경과 일·놀이 균형에 초점
공유식당의 새 모델 제시 열정
‘귀농·귀촌’, 말은 쉽다. 농촌에 터를 닦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농촌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고. 하물며 여성들은 어떨까. 시골은 아직 성차별이 많이 우려되고, 문화생활을 향유할 소재도 별로 없을 터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는 ‘모여라 땡땡땡’이라는 커뮤니티 식당이 있었다. 시골 아낙이 된 9명의 도회지 여성들이 마음을 합쳐 만든 식당이다. 2016년 개업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는데 지난해부터 ‘임시휴업’ 중이다. 6년간 잘 성장해 가던 식당이 문을 닫게 된 것은 임차했던 건물이 재개발로 헐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이들은 떠돌이를 청산하기로 마음먹었다. ‘모여라 땡땡땡’의 모체인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은 이웃 단체들과 의기투합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았다. 이들은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내년 초 문을 여는 커뮤니티 공간 ‘다음타운’에 입주하기로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현재를 성공스토리가 아닌 성장스토리로 설명한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현경씨(별명 슨배)는 “우리는 각자 요일별로 조를 짜 자신의 방식으로 식당 운영을 책임졌고, 자신만의 운영비결을 갖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정착 기록이 뒤를 이어 나타날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손을 맞잡은 9명의 연령층은 30대부터 50대까지다. 처음에는 각자 존칭을 ‘선생님’으로 부르다 스스로 평등해지자며 각자 만든 별명을 부르기 시작했다. 키키·별나·시루·바비·수작·햇살·슨배·로제·하하가 그 이름이 됐다. 하는 일도 다양하다. 농부·전업주부·지역활동가·방과후강사·일러스트레이터·편집자 등이다. 다둥이 엄마가 있는가 하면 비혼주의자, 무자녀 맞벌이 부부도 있다.
50대인 왕언니 최수원씨(바비)는 2013년 시골에 내려왔다. ‘모여라 땡땡땡’을 꾸리면서 현재까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30대 막내인 김드보라씨(하하)는 네 아이의 엄마다.
도시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다 고산에 공동육아를 전담하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곳에 눌러 앉았다. 그의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라는 소문을 듣고 ‘모여라 땡땡땡’은 그를 삼고초려해 한 식구로 맞이했다.
이들은 ‘모여라 땡땡땡’에서 1~3명씩 팀을 이룬다. 특정 요일을 전담해 1주일에 하루씩 요일식당을 운영했다.
9명의 요리사들은 지역사회의 요청이 있으면 전체가 함께 움직여 출장뷔페도 거뜬히 소화해 냈다.
9명의 ‘여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공동경비부엌 모여라땡땡땡>(소일)을 최근 출간했다. 최세연씨(별나)는 “수많은 공유식당이 생겨나고 소멸해가는 상황에서 우리가 6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차별점은 모두가 사장이라는 것,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 농사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 일과 놀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쓴다는 것, 최대한 지역사회와 연대한다는 것, 수리와 설치는 웬만하면 스스로 해낸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회계와 실무, 총괄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이선영씨(키키)는 “완주는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생태와 농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데 공유식당은 지역주민들이 그런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며 “우리는 모든 의사결정을 만장일치로 한다. 새롭게 문을 여는 곳에서는 건강한 먹거리를 이용해 협업의 신화, 귀촌 성장의 신화를 다시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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