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시스테마'..8573명 합주, 기네스북 기록 경신 확정
[경향신문]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육군사관학교 광장에서 지휘자가 손을 들자 첼로 선율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클라리넷, 바이올린, 심벌즈 등 다른 악기 소리도 뒤따랐다. 베네수엘라 연주자 약 1만2000명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슬라브 행진곡’을 연주했다.
베네수엘라 언론 엘나시오날은 지난 20일 이날 합주가 최다 인원 오케스트라 연주로 기네스북 기록을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5분 이상 연주’ 조건을 적용한 결과 이날 현장에 있던 사람 중 8573명이 공식 연주 인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12~77세로 이뤄진 악단은 약 10분간 연주했다. 기네스북 기록 심사관만 약 260명 동원됐다. 연주자들은 광장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지휘자 안드레스 다비드 아스카니오를 보면서 곡을 연주했다. 아스카니오는 합주 전 “악기 줄이 끊어져도 멈추지 마라. 악보를 놓치면 외워서 계속하라”고 당부했다. 무사히 곡이 끝나자 연주자들은 악기를 들고 환호했다.
이번 선율은 ‘기적의 오케스트라’라고 불리는 엘시스테마 출신들이 합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엘시스테마는 시스템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빈곤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음악을 가르쳐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 시스템이다. 베네수엘라의 지휘자 겸 작곡가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1975년 만들었으며 국가 지원을 받는 교육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엘시스테마 감독 에두아르도 멘데스는 “이번 기록 경신은 엘시스테마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전체의 큰 성취”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베네수엘라 전역에는 엘시스테마를 통해 35만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180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 프랑스 파리 오페라 음악감독인 구스타보 두다멜도 엘시스테마 출신이다. 베네수엘라 합주 이전까지 세계 최다 인원 오케스트라 기록은 2019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연주다. 당시 8097명은 자선행사 일환으로 가즈프롬 경기장에 모여 러시아 국가를 연주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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