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이나 들였는데..'청년몰' 잇단 폐업

김태희·박미라 기자 2021. 11. 2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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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 청년몰이 지난 17일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수원 영동시장 28곳 중 17곳
제주 중앙로 절반이 문 닫아
부산 국제시장은 전부 폐업
‘전통시장·일자리 활성화’
5년 전 목표가 무색한 현실
“사후 관리 부족이 실패 원인”

지난 19일 낮 12시30분쯤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 청년몰. 사람으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임에도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같은 시간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동시장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6개 식당이 입주해 있는 푸드코트는 찾는 사람이 없어 휑했고, 배달노동자들만 간간이 오갔다. 공방 등을 운영 중인 점포는 자리를 지키는 사람 없이 ‘용무 시 연락을 달라’는 팻말만 걸려 있었다.

2017년 개장 당시 28개 점포가 입주했던 이 청년몰은 올 들어 누적 폐업 점포 수가 17곳이다. 10곳 중 6곳이 폐업한 셈이다.

지난 21일 오후 6시쯤 제주시 중앙로 상점가 청년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문을 닫은 점포가 대부분으로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중앙로 상점가 청년몰은 2019년 12월 20개 점포 규모로 개점했다. 당시 입점했던 16곳 점포 중 절반인 8곳이 2년 임대계약이 종료되는 이달 말을 기점으로 재계약을 포기했다. 제주시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재계약 포기 점포 8곳과 비어 있는 점포 4곳 등 12곳에 대해 신규 입점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신청 건수는 4건에 불과하다.

전통시장과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전국의 청년몰을 찾는 발길이 끊기고 있다. 일부 청년몰에선 입주 점포가 모두 폐업하는 일도 벌어졌다.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청년몰 사업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2016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전통시장에 청년들의 감성을 담은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청년들의 창업도 지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겠다는 목표로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금까지 청년몰 조성에 들인 예산만 5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투입된 예산은 청년몰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조성을 마친 이후 추가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원 영동시장 청년몰은 2016~2017년 총 19억원이 투입됐다. 입주 청년들에게는 1년간 임대료도 지원했다. 그러나 조성 후 지자체 행사 등을 제외하면 별다른 지원이 없었다. 청년들을 위한 추가 예산도 투입되지 않았다. 결국 창업 이후 발생하는 문제와 부담 등은 청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전문가들도 청년몰 실패 요인으로 사후관리를 지적했다. 이은하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 도움으로 창업하긴 하지만, 그 이후 지원책이 없으면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청년 상인들이 자생하긴 힘들다”면서 “적어도 2~3년 정도는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사후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청년몰 대다수는 폐업 등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22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부산 중구 국제시장 청년몰은 입점 점포 14곳이 모두 폐업했다. 인천 강화군 강화중앙시장 청년몰과 충북 제천 제천중앙시장 청년몰은 각각 점포 20곳과 19곳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1곳씩만 남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동안의 문제점을 받아들여 지금은 청년몰 점포를 늘리는 것보다 청년 상인 도약 지원 사업 등 사후관리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향후 청년몰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박미라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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