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신변보호 별도 규정을".."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해야"

노도현 기자 2021. 11. 2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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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토킹처벌법’ 시행 한 달
여성정책연구원 입법 포럼

지난달 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법이 지닌 한계가 뚜렷해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보람 법률사무소 비움 변호사는 2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스토킹 피해자 보호와 지원 강화를 위한 입법과제’를 주제로 진행하는 제32차 젠더와 입법포럼에서 “스토킹처벌법의 목적이 스토킹 행위의 제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기 개입이라는 점에서 피해자의 응급조치 등에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주제발표에 나선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를 ‘①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②정당한 이유 없이 ③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④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⑤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려면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이를 지속하거나 반복하면 스토킹범죄로 간주한다. 특히 각 목의 행위를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등 5개 유형으로 한정했다.

22일 미리 배포한 발제 자료에서 박 변호사는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이 행위 성립 여부의 초점을 상대방에 전환할 우려가 있는 만큼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스토킹 행위의 대상을 동거인이나 가족을 넘어 ‘상대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기술 변화에 따른 다양한 스토킹 행위를 포괄하기 위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 요건을 두고 예시 유형을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경찰은 스토킹 행위의 재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주거지 100m 이내 및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막는 긴급응급조치와 접근금지는 물론 유치장·구치소까지 보낼 수 있는 잠정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문제는 검사가 스토킹 행위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하거나 사법경찰관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이 조치들이 곧장 효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만 부과할 뿐이다.

박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신변안전조치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아 현장에서 적용 범위와 해석에 혼란이 생긴다는 점, 가정폭력처벌법과 달리 피해자 등이 법원에 직접 신청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았다.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및 정보권 보장, 조사·증인신문 절차에서 피해자 등 보호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스토킹범죄가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이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의 의사는 사건 처리 전반에 걸쳐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공소 제기와 처벌과 관련해서만 피해자 의사를 묻는 것은 오히려 사건 처리 전반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셈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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