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선대위 합류 보류..윤석열과 기류 심상찮다

3김 선대위, 하루 만에 '흔들'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 15일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서 김 전 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김, 시간을 더 달라했다”
김 “시간 갖겠다 한 적 없어”
‘김병준 인선’에 불만 추측
‘장제원 동행’도 문제삼은 듯

당 일각선 “파국” 해석까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의힘 대선 총괄선거대책위원장 합류가 22일 보류됐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하루 이틀 좀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고 말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나는 하루 이틀 고민할 시간 갖겠다고 얘기한 적 없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파국”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갈등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각각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종인 전 위원장 인선안은 최고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윤 후보는 최고위에서 “이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 두 분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모시는 안을 최고위에 올렸다”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하루 이틀 더 시간을 달라고 해서 본인이 최종 결심을 하면 그때 올리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최고위 직후 ‘김병준 전 위원장 때문에 김종인 전 위원장 설득에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여러분이 취재해보시라. 저도 뭐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21일) 저녁에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제3자를 통해 (임명을) 조금 늦춰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안건 전체를 부의하지 않으면 김병준 전 위원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오늘 처리한 것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 임명안은 원하시는 대로 하루 이틀 더 있다가 하는 걸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임명안 처리를 늦춰달라고 한 이유, 선대위 합류 의사를 묻는 기자 질문에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이미 (선대위 구성 관련) 얘기를 다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하루 이틀 고민할 시간 갖겠다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했다. 앞서 윤 후보는 전날 서울 용산구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무실에서 김 전 대표와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인선을 공식 발표했다. ‘3김 체제’로 불리는 선대위 핵심 구성이 발표 하루 만에 삐걱대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이 대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의 인선안에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 주말 윤 후보와 김병준 전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인선안에 대한 의견을 경청했을 뿐 김병준 전 위원장의 합류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윤 후보가 발표를 강행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임명이 연기된 원인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하나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윤 후보가 전날 공식 발표한 ‘3김’ 인사에 동의를 표하지 않았는데도 윤 후보 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지난 주말 윤 후보와 김병준 전 위원장과의 만남을 두고) ‘자기들 얘기만 하고 갔고, 3김이니 뭐니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일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언론보도를 통해 ‘3김 체제’로 나가는 순간 마음이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윤 후보의 사랑의교회 방문 일정에 장제원 의원이 동행한 것을 문제삼았다는 관측도 있다. 당 관계자는 “김병준 전 위원장 인선으로 기분이 상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장 의원이 윤 후보와 동행한 것을 보고 대노한 것”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윤 후보 측에서 후보 비서실장으로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김종인 전 위원장은 (김병준 전 위원장 합류에 대해) 찬성한 적 없다는 입장인데,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반대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양측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을 가능성은 99.9%”라며 “윤 후보가 김병준 전 위원장을 자르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태근 전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 사무실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방 합류하실 거 같지 않다”며 “선대위 구성 방향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임 전 실장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조금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자고 하셨으니 그 말 그대로 그렇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설희·박순봉·문광호 기자 s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