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대위 쇄신' 운전대 잡은 첫날 청년에 머리 숙였다
[경향신문]
청년 문제 주제로 선대위 회의 “따끔한 회초리 맞겠다”
4차례 사과…잇단 청년 행보에도 20대 지지율은 답보
더불어민주당 쇄신의 전권을 위임받은 이재명 대선 후보(57)가 22일 “새로운 출발은 성찰과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 저와 민주당은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청년·일자리 문제를 주제로 열린 제1차 전 국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청년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하며 고개 숙였다.
이 후보는 이날 ‘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이라는 제목의 선대위 회의에서 “저도 깊이 성찰, 반성하고 앞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그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 후보에게 선대위 개편 권한을 위임했다. 현역 의원들은 모두 지역구로 내려가 선거운동을 하고, 이 후보와 외부 영입인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선대위를 꾸릴 예정이다. 2030세대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려는 전략이다. 이날 회의도 취업준비생, 워킹맘, 신혼부부, 청년창업가 등 청년 4명과 함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청년들을 향해 수차례 고개를 숙이며 “기성세대는 고도 성장사회에서 많은 기회를 누리며 기득권을 차지했지만, 청년들은 적은 기회 때문에 격렬히 경쟁해야 하고 이기지 못하면 좌절과 절망,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는 상황을 만든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역사상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만든 데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더 높은 책임감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내고 성과를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특히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며 “부동산 문제, 청년과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 가중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을 두고도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전체 발언에서 ‘사과’ 표현을 모두 4차례 하는 등 자세를 낮췄다.
이 후보는 또 “그저께 충남 논산 시장에 갔다가 95세나 된 어르신이 쭈그려 앉아 머리도 다듬지 못하고 5000원어치 토란을 팔겠다고 애쓰는 모습을 봤다”며 “그런 분들의 눈물을 제가 가슴으로 받아들여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선 감정에 북받친 듯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이 후보의 거듭된 사과와 반성은 민주당의 오만·독선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후보가 청년 행보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20대의 낮은 지지율 추세는 변하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9~20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20대(18~29세) 지지율은 23.2%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31.3%)에게 8.1%포인트 뒤처졌다. 같은 기관의 12~13일 조사에 비해 20대 지지율에서 윤 후보와의 격차(9.3%포인트)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오차범위(±3.1%포인트) 밖에서 뒤졌다. 이 후보 전체 지지율(39.5%)이 윤 후보(40.0%)에게 0.5%포인트 차로 근접한 것과 비교하면 20대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이 후보는 청년세대의 의견을 듣는 ‘리스너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청년 선대위 및 20대 인사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청년들과 접점을 이어가며 진정성을 호소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범·윤승민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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