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김경식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대학을 다니던 1980년 전후 우리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했다. 광주에서는 신군부에 의한 시민 학살이 벌어졌고, 이런 사실을 알리는 일조차 어려운 시기였다. 함께 공부하던 선배와 벗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일도 발생했고, 끝을 알 수 없는 공포가 지속되었다.
가톨릭학생회 소속이던 나는 신부님과 수녀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친 내게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막달레나 수녀님은 “죽은 것 같은 곳에서 싹이 나는 생명의 신비처럼 안으로 내실을 기하고 깨어 기다리는 자세로 생각하며 결단의 때를 위해 지혜롭게 기다리자”고 말씀해주셨다. 젊은 날의 정신적 기둥이던 수녀님께서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게 주신 책이 <죽음의 수용소>이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글귀를 읽으며, 내 삶은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끝도 알 수 없는 극도의 공포를 견디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남긴 빅터 프랭클의 기록은 이후 산업현장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늘 새로운 시대적 과제와 함께 말을 걸어 왔다. ‘자신의 길을 선택할 자유’를 갖고 내 삶을 걸어왔는지, 내가 선택한 부분도 있지만 상황이 선택해준 길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죽음의 수용소>에서 수용소에 들어온 이상 붙여진 번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던 인간이 “존재가 가장 어려운 순간에 있을 때 그를 구원해 준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였는데, 우리는 후배들에게 어떤 선택의 기회와 기대를 주고 있는지. 또 다시 원점을 돌고 있는 그들에게.
김경식 | 고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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