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억 vs 625억..포항은 또 한번 기적 쏠까

황민국 기자 2021. 11. 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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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포항 선수들이 지난달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울산에 승부차기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1973년 창단한 포항 스틸러스는 숱한 우승컵을 들어올린 프로축구 최고의 명가다. 아시아 최강 클럽을 가리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선 역대 최다 우승을 자랑한다.

오는 24일 오전 1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릴 ACL 결승전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면 무려 4번째 우승이다.

그런데 김기동 포항 감독(50)은 “또 한 번의 기적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2019년 ACL 우승팀인 사우디아라비아 강호 알 힐랄을 넘어서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구단의 경쟁력을 의미하는 살림살이만 봐도 수긍이 간다. 포항은 모기업 포스코가 과거처럼 풍족한 지원을 해주지 못해 조금씩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터. 포항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K리그에서도 중위 수준인 78억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알 힐랄은 선수단에 지급하는 한해 임금만 625억원이다. 두 팀의 연봉차가 무려 8배인 셈이다. 선수들의 몸값차는 결국 실력이다. 포항과 알 힐랄의 전력차는 선수단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독일의 이적전문통계사이트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포항의 선수단 몸값 총액은 1078만 유로(약 144억원). 알 힐랄은 그 6배에 가까이 높은 6115만 유로(약 819억원)로 평가받는다.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장현수의 소속팀으로 잘 알려진 알 힐랄에는 유럽에서도 검증된 무사 마레가와 마테우스 페레이라, 바페팀비 고미스 같은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마레가 한 명의 몸값만 포항 전체와 엇비슷한 1000만 유로(약 134억원)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만 6명이 뛰고 있다는 점에서 포항보다는 알 힐랄의 우승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포항 선수들은 자신들의 열정은 숫자로 재단할 수 없다며 기적을 다짐한다. 포항은 매년 아쉬운 살림 속에서도 팬들을 깜짝 놀래키는 기적을 일으켜왔다. 2007년 지금은 사라진 플레이오프 제도를 통해 5위로 시즌을 마치고도 K리그 챔피언이 됐고, 2009년에는 알 힐랄과 비견되던 알 이티하드를 프리킥 두 방으로 꺾고 아시아 최강팀으로 발돋움했다.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는 이들은 “우리가 포항이다”고 외친다. 올해 포항 유니폼을 입으면서 커리어 하이(15골)를 찍은 임상협이 대표적이다. ACL에서만 4골을 터뜨린 그는 “K리그를 대표해 ACL 결승전에 참가하는 만큼 우승컵을 들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울산 현대에서 ACL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신진호도 “2년 연속 ACL 정상에 설 기회는 흔하지 않다”며 “물, 불 가리지 않고 모든 걸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현미경 분석을 바탕으로 펼치는 용병술로 선수들의 의지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유리한 입장에서 경기를 치른 기억이 없다. 이번에도 눈이 빠지도록 상대를 분석하고 준비해 도전할 것”이라며 “선수들이 일년 내내 그라운드에 땀으로 그린 그림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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