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넉 달 만에 반복된 용인 곰 탈출..주민들 "사고 날 때만 관심"

박종대 2021. 11. 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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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지난 7월 이어 넉 달 만에 사육곰 농장서 5마리 탈출...현재 3마리 포획
인근 주민들 "몇 개월 안 돼 또 다시 곰 탈출...다른 장소로 이전해야"
경찰 "케이지 주변 CCTV 확인 결과 외부인 출입 흔적 없어"
환경단체 "곰 사육 산업에 대한 연차별 종식 방안 마련해야"

[용인=뉴시스] 김종택기자 = 22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곰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이 탈출해 관계자들이 포획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반달가슴곰이 탈출한 경기도 용인시 이동읍 천리 곰사육농장 모습. 2021.11.22. jtk@newsis.com


[용인=뉴시스] 박종대 기자 = "사고가 날 때만 관심을 갖는 게 아쉽다."

22일 오후 3시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한 사육곰 농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 A(62)씨는 "(해당 농장에) 가보면 알겠지만 곰이 똥과 오줌을 싸면 냄새도 나고 위험하기도 하니까 동네에서도 아주 싫어하는데 그냥 다른 데로 가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가 살고 있는 집은 이날 사육곰 5마리가 탈출한 농장과 직선거리로 약 150여m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는 집 근처에 사육곰 농장에서 불과 넉 달 전에 사육곰 탈출 소동이 빚어졌는데도 케이지(철장우리)에서 또 다시 곰이 탈출했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실은 몇 개월 안 돼서 또 이런 사고가 났는데 지금은 주인도 없는 시설이 아니냐"며 "다시 곰이 탈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느냐. 차라리 관(官)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인 측면을 보면 (농장을) 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해당 농장에서 곰 5마리가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육곰이 탈출한 농장에 위치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곰을 발견한 주민이 마을이장에게 이를 알렸고, 곧장 마을이장은 관할 읍사무소에 전달했다.

[용인=뉴시스] 김종택기자 = 22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곰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이 탈출해 관계자들이 포획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반달가슴곰이 탈출한 경기도 용인시 이동읍 천리 곰사육농장 모습. 2021.11.22. jtk@newsis.com


이를 넘겨받은 용인시는 용인동부경찰서와 소방당국에 통보하고 재난문자를 보내 시민들에게 대피를 요구했다. 이어 지자체와 경찰, 소방당국 등은 유해동물포수단과 함께 사육곰 포획에 나섰다.

일단 포획단은 해당 농장 케이지 상부에 올라가 있던 사육곰 2마리를 사료로 유인해 케이지 안으로 다시 복귀시켰고, 농가 인근을 배회 중이던 다른 1마리에 대해선 마취총을 쏜 뒤 포획했다.

포획단에 따르면 이날 탈출한 사육곰은 태어난 지 3~5년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잡힌 사육곰 2마리는 70~80kg 가량으로 암수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남은 2마리는 농가 아래 산 쪽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포획단이 추적 중이다.

다만 평소 사료를 먹고 키우던 사육곰으로서 탈출한 곰 2마리가 인근 마을로 내려가 주민을 해칠 위험은 낮은 것으로 포획단은 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잇따라 반복되는 사육곰 탈출에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 농장에서는 지난 7월 초순께도 사육곰 1마리가 케이지를 빠져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용인=뉴시스]박종대 기자 =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천리 일대에 '곰 탈출로 인한 입산 금지'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2021.7.8.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약 9년 전인 2012년 7월에도 무게가 70㎏ 가량 되는 6년생 반달가슴곰 2마리가 인근 야산으로 탈출했다가 모두 사살된 적도 있다. 그 해 석 달 전인 4월에도 같은 농장에서 어린 반달가슴곰 1마리가 탈출해 50대 여성 등산객 1명을 물고 달아났다가 마찬가지로 사살됐다.

이번에 곰이 탈출한 농장 인근에는 주민 10여 가구가 사는 전원마을에 위치해 있다. 이 마을은 사육곰 농가와 함께 행정구역상 이동읍 천15리에에 속한다. 지난 7월 기준 천15리에는 총 156가구에 주민 364명이 거주 중이다.

문제는 사육곰 농장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지난 10월 이곳을 운영하는 농장주 A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후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야생생물관리협회 용인지회 소속 유해동물포수단이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 등 2차례에 걸쳐 사육곰 사료를 주고 있다.

그런데 한강유역환경청이 안전한 관리를 위해 사육곰을 보호하고 있는 케이지 일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려고 해도 해당 농장이 사유지인 탓에 함부로 설치를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사육곰 탈출 이후 외부인 접근을 막기 위해 케이지 일대에 새롭게 안전펜스가 설치되긴 했지만, 24시간 상시적으로 지키고 있는 인력이 없는 실정이다.

이날 사육곰 포획에 나선 포수들은 "우리가 주는 사료가 아닌 다른 사료(염소 사료)가 케이지 근처에 놓여져 있었다"고 외부인 침입 흔적을 제기했지만, 경찰은 전날 오전 8시 무렵부터 이날 오전까지 케이지 주변에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외부인이 들락거린 흔적을 발견하지 못 했다.

[용인=뉴시스] 박종대 기자 = 6일 경기 용인시 한 곰 사육농가에서 곰 2마리가 탈출한 가운데 해당 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다른 곰들이 사육장 안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2021.7.6.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 관계자는 "아직 CCTV 자료를 좀 더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외부인이 출입한 기록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포수들 사이에서도 케이지 출입문이 열려있던 이유에 대해 진술이 제각각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국민 위험방지 차원에서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있는 단계로 정식 수사에 착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사육곰 관리업무를 총괄하는 환경부는 2024년 전남 구례군에 건립 예정인 사육곰 및 반달가슴곰 보호시설 건립 시기를 앞당겨 사육곰 이전에 나설 방침이지만, 그 사이 관리 공백이 남아있는 셈이다.

환경운동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개인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로 최소한의 관리만을 할 때는 이제 지났다"며 "환경부는 여주와 용인 농장에 남아있는 곰들에 대한 이주 대책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행정적, 법적 절차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농장 못지 않게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을 남은 사육곰과 곰 사육 산업에 대한 연차별 종식 방안이 마련될 때"라며 "시급하게 진행돼야 할 남은 2마리 수색과 더불어 앞으로의 대책 역시 발 빠르게 마련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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