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처럼 오른다.. 5000만원에 산 테슬라, 중고차 되니 6600만원

류정 기자 2021. 11.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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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가 비싸지는 '기현상'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구매하려던 장모(35)씨는 지난 15일 테슬라가 가격을 6000만원대로 기습 인상하자 신차 대신 중고차를 알아보고 있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겨우 찾은 2020년식 모델3(스탠더드) 가격은 4700만원. 1년 전 보조금(1200만원)을 지원받았다면, 신차를 4100만원만 들여 살 수 있었다. 장씨는 “신차보다 600만원이나 더 비싸다고 생각하니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샤넬 재테크’처럼 ‘테슬라 재테크’도 가능할 것 같아 구매하려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수시로 차 가격을 인상하는 ‘값질(가격+갑질)’이 지속되면서, 테슬라 중고차 값이 실구매가보다 비싸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출고가 6개월 이상 늦어지자 출시한 지 1년 안팎의 테슬라 중고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은 신차 실구매가보다 1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어 매물로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재테크 목적으로 테슬라를 구매하려는 수요도 감지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차는 명품 핸드백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경고한다.

◇차값을 ‘회값’처럼 수시 인상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업체와 완전히 다른 가격 전략을 쓰고 있다. 차 가격을 사전 공지 없이 불시에 홈페이지에 가격만 바꾸는 형태로 수시로 인상하고 있다. 그 탓에 중고차 가격이 출고 당시 신차 가격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생긴다. 예컨대 모델3는 2019년 출시 당시 5239만원으로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 살 수 있는 ‘보급형’ 전기차였다. 하지만 테슬라는 “제작 비용이 상승했다”며 수차례 가격을 올려, 현재는 보조금을 지급받은 실구매 가격이 5000만원대까지 뛰었다. 그러자 과거에 싼 가격에 구매한 테슬라 차주들이 웃돈을 붙여 중고차로 내놓고 있다.

최근 테슬라가 국내 판매를 중단한 ‘모델3 롱레인지’는 아파트처럼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테슬라는 이 차량을 정부 보조금 전액 지급 한도(6000만원 미만)에 맞춰 5999만원으로 가격을 인하해 팔다가 “수지가 안 맞는다”며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그런데 올해 초 이 차를 보조금을 받아 약 5000만원에 구매한 한 차주는 “헤이딜러(중고차 매입 전문 사이트)에 매물을 올렸더니 딜러들이 앞다퉈 6600만원을 불렀다”는 글을 동호회에 올렸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직카의 한민우 대표는 “신차 공급난으로 중고차값이 크게 오르고는 있지만, 보급형 차량 중고차가 신차 가격을 뛰어넘는 것은 테슬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옵션으로 가격도 올려… 신뢰도는 꼴찌인데

이뿐이 아니다. 테슬라는 자사 자율주행 시스템인 ‘FSD(풀셀프드라이빙) 시스템’을 사후 구매하는 옵션으로 700만원대에 팔다가 현재 900만원대로 올렸다. 테슬라가 FSD 성능을 계속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빨리 사는 게 유리한 셈. 은연중에 샤넬백처럼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에서 FSD를 월 199달러에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는데, 테슬라의 구독료 수입은 지난 3분기 15%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데 한몫 톡톡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꼴찌 수준인 테슬라가 이 같은 명품 가격 전략을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실제 테슬라는 최근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조사한 28개 자동차 브랜드 신뢰도에서 27위에 그쳤다. 게다가 전기차 배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에 명품 자동차처럼 중고차를 고가에 구매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보증기간이 8년으로 현대차나 도요타(10년)에 비해 짧은 편이다. 김필수 전기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테슬라는 올해 100만대 생산이 예상되고 향후 중국산 저가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대량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테슬라는 클래식카처럼 오래 둘수록 가치가 오르는 차가 아니라 소모품에 가까운 만큼 고가의 중고차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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