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피싱 보험 하나 들어드려야겠어요" 보험사 보상 나왔다

허유진 기자 2021. 11. 22. 20: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날로 교묘해지는 피싱.. 보험사 피해 보상 상품 등장

경기 성남시에 사는 박모(51)씨는 지난 12일 “OO은행에서 정부 예산 지원으로 실행되는 민생경제 보편지원 대상임을 안내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최고한도 최저금리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예산 소진 시에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빠른 시일 내에 접수해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발신자가 주거래은행으로 돼있는 데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보증을 선다기에 박씨는 의심 없이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자신을 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은행 앱 설치 파일을 보낼 테니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신분증을 찍어보내라”고 요구했다. 박씨는 직장에 다니는 20대 딸에게 이 문자를 보여주고 나서야 이 문자가 사기라는 것을 알았다. 박씨는 “해당 은행 앱이 이미 있는데도 또 깔라고 해서 딸에게 물어보니 메신저 피싱(문자 금융사기)이라고 알려줬다”며 “딸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고 했다.

◇대출 혹한기 맞아 기승부리는 은행 사칭 피싱

정부의 가계 대출 총량 억제로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정책자금을 미끼로 금융 사기를 치는 피싱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KB국민·하나·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처럼 공신력 있는 금융회사를 사칭해 대출을 권유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돈을 가로채는 것이다. 이들이 보내는 문자 메시지는 ‘신용보증기금대출’ ‘국민행복기금 특별신용보증’ ‘정부특별보증대출’ 등 언뜻 보면 그럴듯한 제목으로 소비자들을 낚는다. 최저금리 대출이나 대출 신청 기한 임박, 선착순 대출 등도 자주 쓰인다. 신뢰감을 주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신용보증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을 사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 시중은행은 문자나 전화로 대출 상품을 권유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피싱 문자 내용이 은행원도 속을 정도로 정교해졌다”면서 “하지만 은행이 고객에게 특정 대출 상품의 신청 자격 요건이 된다며 권유 문자를 보내는 일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정 은행 대출 상품을 판매하며 ‘선착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로 비대면 경제활동이 늘어나며 피싱 사기를 포함한 스팸 문자는 올해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불법스팸 탐지량이 지난해 하반기 1717만건에서 올해 상반기 1966만건으로 15% 증가했다. 특히 은행 사칭 불법스팸은 지난해 1분기 3만5000건에서 올해 1분기 16만건으로 350% 넘게 급증했다. 올해 2분기에는 29만건으로 3개월 사이 무려 81% 늘었다.

◇피싱 대비 보험까지 등장

정부는 금융회사를 사칭한 불법 스팸을 근절하려고 유선·인터넷전화 개통 회선수를 개인은 5개, 법인은 종사자 수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불법스팸 전송자가 적발되면 확보한 모든 전화번호 이용을 정지해 스팸을 전송하지 못하도록 하고, 처벌도 기존 1년 이하 징역·1000만원 과태료에서 3년 이하 징역·3000만원 과태료로 강화하는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피싱 범죄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어 정부 대책만으로 피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피싱 범죄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언제든 신종 수법이 등장해 피해자가 모르고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이런 사이버범죄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AXA손해보험 ‘나를 지켜주는 암보험’은 주 고객층인 고령층이 신종 사이버 사기 범죄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보이스피싱손해 선택 특약을 내놓았다. 특약에 가입한 가입자가 보험 기간 중 보이스피싱 사고로 금전적 손해를 입을 경우 손해액의 70%를 가입 한도 내에서 보장한다. 한화손해보험의 ‘세이프투게더생활종합보험’도 보이스피싱 보상 특약을 판매 중이다. MG손해보험의 ‘하이패스 운전자상해보험’도 보이스피싱 피해보상금 특약으로 사이버 사기 피해를 보상하고 있다.

아예 사이버 범죄 피해 전용 보험도 등장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판매 중인 현대해상 ‘하이사이버안심보험’은 인터넷 쇼핑몰 사기 피해 외에도 인터넷 직거래 사기 피해, 사이버 금융범죄(피싱·스미싱·메모리해킹)로 인한 금전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한다. 1만원 정도의 가입비를 내면 1년간 사고당 1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