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SW세상에서 꿈을 키우다(4)]"만들어줘 고맙다는 피드백 뿌듯"

안경애 2021. 11. 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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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산업현장으로 나가다
김륜영 당근마켓 인턴·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교육생.

SW세상에서 꿈을 키우다(4) /21살, 산업현장으로 나가다

스무살을 갓 넘긴 김륜영씨(21·사진)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무대로 대학 강의실 대신 산업현장을 택했다. 부산대 건축공학과 1학년에 다니던 중 휴학한 그는 스타트업 직원을 거쳐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 당근마켓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MVP 인턴' 제도를 통해 인턴들이 한 팀이 돼서 당근마켓 내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씨는 "3개월간 서비스를 개발해 운영하게 되는데, 당근마켓이란 대규모 플랫폼에서 다양한 이용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푹 빠져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 커뮤니티'를 지향하면서 지역주민간 중고거래뿐 아니라 정보 공유, 친교활동 등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 확장성이 높다. 김씨는 다른 2명의 인턴과 한 팀이 돼 동네 주민들이 추천하는 장소를 테마로 만들고 공유하는 '당장모아'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달초 서비스가 시작돼 사용자들이 써보고 반응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미 많은 사용자가 있는 플랫폼 위에서 서비스를 선보이니 그들의 반응을 읽어가며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너무 재미 있다. 회사 직원들도 바쁜 시간에 짬을 내 멘토링을 해 준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대학에 입학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SW(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고 싶어 서울행을 택했다. 적성에 맞지 않은 전공 때문에 힘들어하던 그에게 사다리가 돼 준 것은 과기정통부와 서울시,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가 운영하는 SW개발자 양성기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다.

김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해 중학교 때는 학교에 방과후 C언어 공부반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함께 실력을 키웠다. 걸그룹 여자친구를 좋아해서 팬들이 팬사이트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앱을 독학해서 개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돌 덕후였던지라 '덕질'과 '컴퓨터 공부'가 간절했지만 다른 전공을 하면서 고민이 많던 그는 대학 게시판에 붙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포스터를 보고 당장 휴학을 결행했다. 2019년말 1기 1차 온라인 사전테스트가 시작되자마자 도전해 통과한 그는 2020년 1월 서울에 작은 고시원을 얻어 죽음의 예비과정으로 불리는 한달간의 '라피신'을 거쳐 본과정에 합격했다.

김씨는 "운명같이 게시판 포스터를 보고 어린 시절부터 꿔온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다. 지방에서 올라오면 비용부담이 있는데 지원금까지 주니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은 '물 만난 고기'였다. 숨겨진 문제를 찾아내고 턱없이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면서 툭하면 밤을 새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김씨는 "과제를 제대로 못하면 퇴학 당하는 블랙홀 제도도 동기부여 요인이 됐지만 과정을 잘 해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람이었다. 내가 만든 기획안으로 팀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백엔드부터 프론트엔드, 인프라, 디자인까지 오롯이 혼자서 아이돌 비공식 굿즈 공유 커뮤니티를 개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입인원 제한이 생긴 교육장에 필요한 출입관리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쓰이고 있다.

김씨는 "교육생 약 1000명이 써보면서 개선사항을 알려주니 처음으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서비스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약 1년 6개월 실력을 키운 그는 산업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교육생들에게 주어지는 교육 유예기간을 활용, 지난 5월부터 3개월 간 e커머스 서비스 스타트업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했다. 당근마켓 인턴생활을 택한 것은 더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이번 인턴 과정이 끝나도 현장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나와 지향점이 같은 회사에서 사용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정말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다"는 김씨는 "나이나 전공 때문에 개발자의 꿈을 망설이는 이가 있다면 '일단 도전해봐라. 한번쯤 도전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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