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돋보기] '한국공항 먹는샘물' 연장 허가 불허 가능한가?

김익태 2021. 11. 2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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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앵커]

제주 사회의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국공항 먹는샘물 문제네요?

[기자]

네, 이번 주 금요일에 연장허가 동의안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 상정되는데요.

오늘도 딱딱한 주제가 될 것 같아서 먼저 영화 예고편 보면서 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2000년 볼리비아에서 실제 일어났던 물 전쟁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븐 더 레인이라는 영화인데요.

볼리비아 정부가 코차밤바라는 도시의 상수도를 외국기업에 팔고 난 뒤 물 가격이 급증하자 계엄령이 선포된 와중에도 8만 명의 시민들이 투쟁에 나서 결국, 물 공급에 대한 통제권을 돌려받은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경제지 '포천'이 "21세기의 물은 20세기의 석유와 같은 위치를 가질 것이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죠.

볼리비아의 사례는 매우 극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물을 놓고 상업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움직임 역시 전 세계적으로 매우 강하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게 중요한 물 문제임에도 조용합니다.

아직 도내 언론에서도 별다른 조명을 하지 않고 있어요,

한국공항 먹는샘물 연장허가 문제가 왜 큰 이슈가 되지 않는 걸까요?

[기자]

아마도 지하수 생산량을 늘려 달라는 요구도 아니고 2년마다 하는 연장허가라는 점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연장허가를 내주면 총 허가 기간만 30년이 됩니다.

언제까지 계속 허가를 연장해주는 것이 타당한지 고민해봐야 할 땝니다.

[앵커]

좋습니다.

이제 나흘 뒤에 동의안이 상정될 텐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죠.

도의원들이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동의안 부결, 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헌법적, 법률적, 그리고 정치적 상황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유는 많네요.

그럼 하나씩 보죠.

먼저 연장허가를 내주지 않을 헌법적 근거가 있다는 주장이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주 한국공항 먹는샘물 판례를 설명해 드리면서 국내 시장 판매를 금지하고 "계열사내 판매로 제한"한 제주도의 행정행위에 대해 2006년 6월 1심 재판부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대한민국 제헌 헌법 85조에서 시작해 현행 헌법 120조로 이어진 조항을 보면 '중요한 지하자원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기간 그 채취·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특허란 공익상의 필요에 따라 행정청이 특정인에게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특허의 한 사례인 제주 지하수인 경우 허가 기준에 맞다고 해도 도지사가 반드시 이를 허가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앵커]

이 헌법조항에 근거해서 제주특별법에 먹는샘물의 제조판매를 제주지방공기업, 즉 제주도개발공사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2000년에 제주도개발특별법을 개정하면서 근거 조항이 만들어졌죠.

따라서 2000년 개정 법률 시행 이후부터 뒤늦게 2006년 특별자치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부칙을 추가하기 전까지 이뤄진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는 모두 불법인 거죠.

이 내용은 제주도가 특별법 법령 해석을 여러 법 전문가들에게 맡긴 결과 2000년에서 2006년까지 이뤄진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연장 허가에 관해 공통적으로 나온 의견이었습니다.

법학 교수나 자문 변호사는 물론 제주도 법률 담당 공무원들조차도 법적 결합이 있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법률적으로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겠네요?

[기자]

여기서 문제가 복잡해지는 데요.

2006년 특별자치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종전에 지하수 허가를 받은 자에 대해 도지사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는 부칙을 추가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앞서 말씀드렸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공무원들인 경우 문제는 있지만 나중에 법적 결함을 고쳤기 때문에 이제 와서 다툴 수는 없다는 입장이구요.

변호사들은 위법하긴 한데 공익과 사익 간에 이익의 차이를 비교하려고 보니 판단이 어렵고, 대법원 판례도 없으며, 법리도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법학교수만 당연 무효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습니다.

[앵커]

상황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먹는샘물 사업을 공적 기관에서만 할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정했다고 해도, 그 이전에 허가를 받았던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을 없앨 수 있느냐?

이 문제가 핵심적인 걸림돌 아니겠습니까?

[기자]

정확히 말씀드리면 그 이전에 허가를 받았던 사업자에게 관성적으로 연장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진 건데요.

법적 근거도 없이 허가를 내주다가 지금은 법적 근거까지 마련했는데 이제 와서 허가를 내주지 않으려니 행정의 신뢰성 문제가 나오는 겁니다.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당시 도지사였던 우근민, 김태환 지사에게 물어야 하겠죠.

[앵커]

어쨌든 쉽게 말하자면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 보장이라는 벽을 넘어서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죠, 그런데 앞서 이번에 연장허가를 내주면 총 허가 기간만 30년이 된다고 말씀드렸죠.

도대체 얼마동안이나 허가를 내줘야 기득권을 인정해 주는 게 될까요?

헌법상의 특허권이라는 점에서 제주 지하수와 같은 성격을 갖는게 또 있죠?

[앵커]

바람, 제주 바람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풍력사업자 허가에도 특허권 원칙이 적용되는데요.

이 허가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앵커]

20년으로 보도해 드렸던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20년입니다.

한 번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줄 경우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0년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20년 뒤에 꼭 그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줘야 하는 의무가 제주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특허권 허가는 행정기관의 재량행위에 해당하거든요.

[앵커]

풍력 허가 기간도 20년에 불과한데, 지하수 허가 기간을 30년이나 인정해줬다. 그렇다면 기득권 보장 기간으로는 충분한 것 아니냐는 얘기네요.

[기자]

그 부분은 사법부의 판단 영역이긴 합니다.

다만 이 말씀은 드릴 수 있겠습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행위에 대한 기득권 보장을 자본주의의 기본인 속성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만, 최근 한진그룹이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 없이 제주칼호텔 매각을 추진하면서 지역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않습니까?

자본의 기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면 노동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건 왜 어려운 일일까요?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주제입니다.

[앵커]

고용 보장에 대해선 지난주 제주지역 국회의원들도 한진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당연한 주장이죠.

그런데 시민들의 민생을 책임져야 하는 정치인이라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의원, 지방공무원 모두 포함합니다.

어떻게 그 주장을 실현시킬 것인가,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냥 기업의 선의에 맡기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이 점에서 한국공항 먹는샘물의 연장허가 문제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제주도정이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라 이 문제를 추진력 있게 풀 수 있을까 우려는 됩니다만, 그래서 제주도의회가 이번 동의안 심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네, 며칠 남지 않은 시간에 제주도의회가 어떻게 지혜를 모아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 나갈지 지켜보도록 하죠.

오늘 제주 돋보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k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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