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전열, 지하경, 선상피침형..너무 어렵지 않나요?

김지윤 2021. 11. 2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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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연재ㅣ쉬운 우리말 쓰기
동·식물원 속 우리말 ⑩
산형화서는 '우산 모양 꽃차례'
수상화서는 '이삭 모양 꽃차례'
지하경은 '땅속줄기'가 쉬운 말
화관은 '꽃부리', 화피는 '꽃덮개'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 활용해봐
지난 17일 경기 과천시에 있는 서울대공원 동식물원을 찾았다. 식물원은 사막관, 열대관, 식충식물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17일 경기 과천시에 있는 서울대공원 동식물원을 찾았다. 서울대공원의 짙은 단풍이 든 산책로는 계절의 멋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유롭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 좋았다.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동물원이라 그런지 “박사님! 미어캣들이 싸워요!” “자그마한 용사 검은꼬리프레리도그” 등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곳곳에 ‘사육사 노트’와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동물의 행동 특성을 알려주는 팻말도 어린이와 보호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포충낭은 ‘벌레잡이주머니’

식물원으로 옮겨갔다. 1985년 5월 개원한 전시 온실은 높이 25m, 총면적 2825㎡(856평)로 당시에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사막관, 열대관, 식충식물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열대 1관에 들어서자 습하고 따뜻한 기운이 훅 몰려왔다. 연평균 강수량이 2500㎜가 넘고 1년 내내 비가 오는 열대기후를 재현한 곳이다. “서울대공원 식물원 가드너가 만든 유쾌한 식물 이야기”와 같은 설명 팻말을 통해 요즘 반려식물로 인기 있는 몬스테라 등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원예사’를 ‘가드너’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식충식물인 달링토니아에 대한 설명을 보자. “포충낭(捕蟲囊)의 상부는 앞으로 굽어 있고 위쪽 덮개 구멍에 2개의 뾰족한 잎이 있어 코브라를 닮은 듯 보여요”에서 포충낭은 ‘벌레잡이주머니’로 바꾸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포충낭은 날아와 붙는 벌레를 움켜잡아 소화를 시켜 양분을 얻는 잎 중에서 주머니 모양으로 된 것을 말한다.

식충식물인 달링토니아에 관한 설명 팻말에서 포충낭은 ‘벌레잡이주머니’로 바꾸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도료의 쉬운 말은 ‘칠감’

식물표본전시관으로 이동했다. 1986년 12월 문을 연 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식물에 대한 교육을 하는 곳이다. 지하 1층에는 식물 세밀화 전시실과 교육실, 1층에는 식물표본전시실과 식물도서관 등이 있으며, 2층에는 식물 수장고와 연구실이 마련돼 있다. 표본 전시실인 만큼 보기 드문 낯선 식물도 많았고, 어려운 설명도 제법 보였다.

유아차를 끌고 식물표본전시관을 둘러보던 한 젊은 부부는 “신기한 식물이 많이 있긴 한데, 설명 속 단어들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부부는 이곳에서 ‘수상화서’ ‘우상 전열’ ‘총포’ ‘지하경’ 등을 어려운 말로 꼽았다. 교육을 위한 곳이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시민에게 개방돼 있는 만큼 쉬운 설명이 곁들여진다면 더 좋을 듯하다. 글과 그림을 적절하게 활용해 주석을 달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수액을 채취해 도료로 이용”한다는 개옻나무에 관한 설명을 보자. ‘도료’(塗料)는 물건의 겉에 칠해 그것을 썩지 않게 하거나 외관상 아름답게 하는 재료를 말한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에서는 도료 대신 ‘칠’ ‘칠감’을 쓰라고 권한다.

 연모는 ‘부드러운 털’

솔잎미나리의 사진 앞으로 갔다. “잎은 어긋나며 2~4회 우상 전열 된다. 아래쪽 잎의 열편은 폭 0.5~1㎜로 선상피침형이다. 꽃은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2~3개의 산형화서가 달린다”고 돼 있었다.

‘우상 전열’(羽狀全裂)의 뜻을 사전에서는 “우편이 날개깃 모양으로 중맥까지 갈라진 상태. 또는 그 모양”이라고 풀이한다. 한자의 뜻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우편’은 뭐고 ‘중맥’은 무엇인지 뜻을 다시 찾아야 한다. 우편은 “잎자루의 양쪽에 여러 개의 작은 잎이 새의 깃 모양처럼 붙어 있는 잎”을 뜻하고, 중맥은 “잎의 한가운데에 있는 굵은 잎맥”을 뜻한다. 뜻풀이를 다시 사전에서 찾은 뒤에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선상피침형’이라는 말은 아예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선상’(線狀)은 “선처럼 가늘고 긴 줄을 이룬 모양”을 뜻한다. 농업용어사전과 국어사전을 보니 ‘피침형’(披針形)은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하고 중간쯤부터 아래쪽이 약간 볼록한 모양”이라고 나온다. ‘산형화서’(繖形花序)는 “꽃대의 끝에서 많은 꽃이 방사형으로 나와 끝마디에 꽃이 하나씩 붙는 것”을 말한다. 미나리나 파꽃 따위를 떠올리면 쉽다. ‘산형 꽃차례’ ‘우산 모양 꽃차례’라고 바꿀 수 있겠다.

진홍토끼풀을 보자. “줄기에 엷은 황갈색의 연모가 있다. 수상화서는 짧은 원주형”이라는 설명에서 ‘연모’(軟毛)는 부드러운 털을 이른다. ‘수상화서’(穗狀花序)는 “하나의 긴 꽃대 둘레에 꽃 여러개가 이삭 모양으로 피는 꽃차례”를 말한다. ‘이삭 모양 꽃차례’라고 바꾸면 어떨까. 원주형은 ‘원기둥꼴’이 쉬운 우리말 표현이다.

약모밀에 관한 설명 팻말.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에 따르면 지하경 대신 순화한 용어 ‘땅속줄기’만 쓰라고 돼 있다. ‘난상’은 달걀꼴, ‘총포’는 꽃대의 끝에서 꽃의 밑동을 싸고 있는 비늘 모양의 조각이다.

 난상은 ‘달걀꼴’이 쉬워

“지하경은 원주형으로 옆으로 길게 뻗는다. 잎은 어긋나고 난상심장형” “백색 꽃잎 모양의 총포 4개가 십자형으로 배열한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약모밀 앞에 섰다. ‘지하경’(地下莖)은 땅속에 있는 식물의 줄기를 말한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에 따르면 지하경 대신 순화한 용어 ‘땅속줄기’만 쓰라고 돼 있다.

‘난상심장형’은 사전과 인터넷을 찾아도 명확한 뜻이 안 나온다. ‘난상’(卵狀)은 달걀 같은 모양, 즉 달걀꼴을 말한다. 심장형은 심장꼴이다. ‘총포’(總苞)는 꽃대의 끝에서 꽃의 밑동을 싸고 있는 비늘 모양의 조각을 이른다.

창질경이에 관한 설명에서는 “화관은 막질이며” 부분이 어려웠다. 화관(花冠)은 꽃잎 전체를 뜻하는 말이다. 꽃받침과 함께 꽃술을 보호한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화관을 ‘꽃부리’로 순화했다. 꽃잎이 하나씩 갈라져 있는 것을 ‘갈래꽃부리’, 합쳐 있는 것을 ‘통꽃부리’라고 한다. 막질(膜質)은 ‘꺼풀 막’ ‘바탕 질’ 자를 써 막으로 된 성질, 또는 그런 물질을 말한다.

 ‘심장저’가 무슨 뜻인가요?

털여뀌에서 “밑부분은 심장저로 탁엽은 칼집 모양이다”라는 설명이 쉽지 않았다. ‘심장저’(心臟底)는 심장 모양을 한 잎밑의 모양을 뜻하는데, 잎 아래쪽의 형태와 각도 등에 따라 모양의 이름이 정해진다고 한다.

‘탁엽’(托葉)은 ‘맡길 탁’ ‘잎 엽’ 자를 쓰는데, 잎자루 밑에 붙은 한 쌍의 작은 잎을 이른다. 눈이나 잎이 어릴 때 이를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 쌍떡잎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임업 용어 순화 고시 자료에서는 탁엽 대신 순화한 용어 ‘턱잎’만 쓰라고 돼 있다.

큰닭의덩굴에 관한 설명에서 화피는 ‘꽃덮개’로 쉽게 바꿔 쓸 수 있다.

큰닭의덩굴을 보자. “화피는 5개이고 황록색이다”에서 ‘화피’(花被)는 일반적으로 꽃부리와 꽃받침의 구별이 없는 경우, 이 둘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암술과 수술을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는 부분이다. ‘꽃덮개’로 바꿔 쓸 수 있겠다.

회향에 관한 설명에서 “잎은 어긋나며 삼각상난형으로 3~4회 우상 전열하고, 열편은 사상으로 끝이 뾰족하며 연질이다”라는 부분을 보자. 삼각상 난형에서 ‘난형’은 잎 모양의 하나다. 달걀을 세로로 자른 면과 같이 한쪽이 넓고 갸름하게 둥근 모양이다. 고쳐진 행정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난형 대신 ‘달걀꼴’ ‘달걀형’을 쓰라고 돼 있다. ‘열편’(裂片)은 찢어진 낱낱의 조각을 뜻하고, ‘연질’(軟質)은 부드러운 성질을 말한다.

 연재를 마치며…

지난 6월부터 ‘쉬운 우리말 쓰기’를 연재하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공언어가 왜 필요한지 알아봤다. 흔히 순화어라고 하면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순화어는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꾼 것을 말한다. 그동안 동식물원에서 만난 시민들의 대부분이 “쉬운 우리말을 쓰고 싶어도 어디에서 찾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말터(www.malteo.net) 등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에는 2만여개의 순화어가 올라와 있지만, 아직도 순화어를 마련하지 못한 말들이 많다. 순화어가 있다고 해도 검색되지 않는 말들도 적지 않다. 순화어를 정한 것만이라도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에서 모두가 쉽게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교수 김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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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한겨레신문사, ㈔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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