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반도체 싸움에 치이는 SK하이닉스..중국 공장에 장비도 못 놓는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1. 11. 2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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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중국 D램 메모리 반도체 공장에 첨단 장비를 도입하려던 계획이 미국 반대로 틀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 중국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 D램 공장 첨단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은 18일 로이터 보도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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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우시의 SK하이닉스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중국 D램 메모리 반도체 공장에 첨단 장비를 도입하려던 계획이 미국 반대로 틀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 중국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미국은 중국으로 반도체 기술·장비 수출을 막으며 중국의 반도체 자립 계획에 제동을 건 상태다. SK하이닉스는 미·중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미·중 패권 경쟁에 치여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 D램 공장 첨단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은 18일 로이터 보도로 불거졌다. 로이터는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 “SK하이닉스가 우시 공장에 네덜란드 ASML이 만든 극자외선 노광장비(EUV·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를 도입하려던 계획이 조 바이든 정부의 반대로 무산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EUV는 실리콘 웨이퍼(둥근 원판)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는 첨단 장비로, 미세공정 생산 효율과 성능을 높이기 위한 필수 장비다. 현재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이 EUV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월 ASML로부터 2025년까지 EUV 약 20대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올해 7월 경기도 이천 공장에서 EUV를 활용한 10나노미터 4세대(1a)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중국 우시 공장에서도 몇 년 안에 EUV 공정을 적용해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는 당장은 우시 공장에 EUV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중 갈등 국면이 오래 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미국이 계속 허락하지 않을 경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2위 회사다. 중국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의 절반, 전 세계 D램 전체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핵심 시설이다. 우시 공장에서 적시에 EUV 공정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D램 시장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생산 비중이 크다는 점이 불리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22일 EUV 장비의 중국 반입을 미국 정부가 반대한다는 보도와 관련,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얘기”라면서도 “(미국 정부와) 협조하면서 잘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 사장은 앞서 7월 미국 방문 중 미국 정부 측에 EUV 장비 도입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 25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청년희망ON’ 프로젝트 협약을 맺었다. /연합뉴스

중국도 SK하이닉스의 EUV 장비 반입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 목소리를 대변하는 관영 매체들은 미국이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 투자 확대 계획을 가로막고 있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중국 관찰자망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봉쇄한 과정에서 (반도체) 설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현재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 설비의 중국 진입을 막기 위해 동맹국 기업에게도 청신호를 켜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이루기 위해 SK하이닉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중국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며 산업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우시 시정부는 SK하이닉스와 손잡고 20억 위안(약 3700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산업 단지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 정책을 시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외국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생산 기술과 장비·부품을 수출하려면 미 상무부의 사전 승인을 받게 했다. 미국 정부가 언제든 수출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에 전방위 로비를 펼쳐 ASML이 중국 반도체 1위 기업 SMIC에 반도체 기술을 판매하는 것을 저지시키기도 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으로 최신 기술이나 장비 반입을 금지시키면서 SK하이닉스가 EUV를 중국으로 들여오지 못해 타격을 입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해당) 기술이 매우 첨단 기술로서 민감하고 국가 안보에 리스크(위험)가 될 수 있다라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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