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인 이재명, 연일 반성문.."쇄신안, 최단시간내 국민께 보고"(종합)
'이재명 색깔내기' 개편 방향 고민 시작..'컨트롤타워 구축' 관건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정수연 홍준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쇄신 방향과 관련해 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이재명 대선후보는 22일 강도 높은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날도 대장동 의혹부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이르기까지 '반성'의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며 전면적인 쇄신으로 차별화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 후보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쇄신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당내에서는 개편 방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오늘은 새로운 민주당의 첫 1일차"라며 "국민 여러분의 변화·혁신·개혁 열망을 담아 이제 이재명의 민주당, 새로운 민주당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반성, 민생 실용개혁, 유능함과 기민함 등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운 그는 "저와 민주당은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며 그간의 실책에 대한 자아비판도 이어갔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내로남불 식의 남 탓', '외부 조건에 책임 전가' 등 표현을 동원했고, 요소수 문제나 대출 규제 등에서도 당의 대응을 돌아봐야 한다고 질책했다.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도 '성공적인 공익환수 사업'이라던 기존의 입장을 두고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전국 순회 도중 시장에서 자신을 끌어안고 '가난한 사람 좀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우는 사람도 있었다고 소개하며 "그런 분들의 눈물을 정말 가슴으로 받아 안고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기존과 달리 '전 국민 선대위'라는 이름으로 이 후보가 청년들과 간담회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당의 구석구석을 이재명표 개혁의 색깔로 채울 것을 예상케 하는 장면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구체적인 선대위 개편 방향을 두고 고민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구체적인 안을 만든 것은 아니고, 국민의 뜻과 당원의 생각, 주변 분들의 의견을 참고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국민께 보고드리고 구체적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전날 의총이 사실상 '백의종군' 결론으로 끝남에 따라 일각에서는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선대위를 새로 꾸리고, 의원들은 전원 현장으로 '하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맞춰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원혜영 의원과 위원회 총괄단장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오후 당사에서 만나 향후 실무 준비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백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대한 빨리 발표하려고 한다"며 "방송에 출연하는 분들이나 기획사가 있는 분들은 계약 조항상 정치활동에 제약이 있는 분들이 많아 그렇지 않는 분 위주로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백 의원은 "다른 조직을 만들면 몰라도, 후보가 직접 위원장을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선대위의 밑그림을 완전히 새로 그리는 것이 오히려 잡음과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한 의원은 '하방론'과 관련해 "대선에서는 여론의 대세를 만드는 데 실패하면 지역에 내려간다고 표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대안 없이 지역으로 가랄(가라고할) 게 아니라 정책 현장에서 비전을 만들어 민주당을 지지할 명분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각종 돌발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정돈된 전략과 메시지를 낼 수 있도록 선대위의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있는 사람들의 권한을 재분배해야 한다. 2017년에 보면 임종석 양정철 김경수 윤건영 등 몇몇 사람이 종일 모터를 돌렸다. 지금은 그런 게 없어서 문제"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정책, 전략, 홍보, 공보 등 선거 전반을 통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공수를 겸비한 최고의 선수들이 결정하면 5선, 6선도 따르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대위 쇄신 논의가 수면 위에 올라오면서 거론됐던 이해찬·양정철 역할론 등이 진지하게 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해찬·양정철 역할론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가진 자원을 총동원해 어려운 국면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 같다"며 "지금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저러한 요소들이 다 나오고 있지 않으냐"고 언급했다.
다만 당 지지층 중 일각에서는 이 후보 중심의 쇄신 논의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모습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풍운동 연대'라고 이름 붙인 당원 모임은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의 '이재명의 민주당' 발언과 관련해 "이 후보가 언감생심 이런 망언을 늘어놓아도 송 대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태도로 일관한다. 송 대표 탄핵 운동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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