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싫으면 집 팔면 된다는 사람은 한번도 집을 안 사본 사람..전세금이나 월세 올려 충당"
"예상보다 너무 많이 올라" 불만 쇄도
"팔자니 양도세 부담.. 내년 더 걱정"
다주택자들 집 매도 대신 증여 늘고
"전월세 더 올려 세금 충당" 버티기
거래절벽 → 전셋값 상승 악순환 우려
전문가들 "1주택자는 종부세 폐지
양도세 낮춰 퇴로 만들어줘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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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된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입구 게시판에서 이 아파트의 주민이자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 소속 회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위헌청구 소송을 독려하는 게시글을 붙이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인터넷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이날 홈택스 등을 통해 종부세 납부액을 미리 확인한 납세자들의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수도권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난해 170만원이었던 종부세가 올해는 500만원 정도로 늘었다”면서 “내년에 공시지가가 더 많이 오른다는데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종부세가 늘어난 만큼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겠다는 글도 있었다. 임대인으로 추정되는 B씨는 “종부세 내기 싫으면 집 팔면 된다는 사람은 한번도 집을 안 사본 사람”이라면서 “힘들게 산 집 팔면 양도세를 또 내야 하는데, 은퇴한 노인들은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올려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부의 재분배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애초의 정책 목표와 다르게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상된 종부세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것으란 기대와 달리, 세금을 내면서 버티거나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우회로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9월(6만5574건)에는 못 미치지만,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2위 기록이다. 올해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경기는 1∼9월 아파트 증여 건수가 2만1041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기록(1만8555건)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39.9%로 전년 대비 9.8%포인트 증가했다. 월세 비중이 늘어난 만큼 전세 매물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전세 수요자의 숫자는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전세난을 부추기는 구조가 됐다. 종부세 인상이 아파트 매매시장의 거래절벽과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인 셈이다.
결국 종부세 인상이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양도소득세 인하나 1주택자·고령자 종부세 폐지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가 올라도 증여를 하거나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며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외에도 재산세나 건강보험 등 각종 세금이 같이 올랐기 때문에 정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2%라고 하지만 실제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식으로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집주인들은 내년에도 계속 버틸 것이고, 세입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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