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확진 증가 재택치료 중환자 급증..전문가들 "방역강화가 해결책"

이정아 기자 2021. 11. 22. 1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환자,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전에 비해 재택치료 중, 또는 병상을 대기하던 중에 상태가 악화한 중환자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 연합뉴스 제공

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함께 위중증환자, 사망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방역당국은 신규 확진 자체가 늘어나며 고령층, 고위험군에서 중환자가 함께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이들 중 다수가 백신 미접종자이거나, 접종했어도 시간 경과로 백신 효과가 떨어졌기 때문으로도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전에 비해 재택치료 중, 또는 병상을 대기하던 중에 상태가 악화한 중환자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22일 기준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83.3%까지 상승했으며, 위중증 환자는 일주일째 500명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사망자는 일주일 연속 20명대다. 문제는 수많은 코로나19 중환자들이 병상을 구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0시 기준 확진 판정 이후 하루 이상 병상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907명으로 집계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 전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악화된 중환자가 늘었다"며 "재택치료로 자택이나 요양병원에 머물고 있는 중환자가 늘었고, 병상을 대기하던 상태에서 악화하는 환자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서는 병상 가동률이 80%대로 아직까지 여유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병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환자는 한번 입원하면 며칠내로 호전되기 어렵고 언제 퇴원할지 알 수 없다"며 "또한 코로나19 감염자가 퇴원하면 병실을 치료하고 의료진도 재정비해야 해 이전 환자가 나가고 새 환자가 들어오는 '턴오버'에 2~3주쯤 걸린다고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택치료 중에는 상태가 나빠져도 신속하게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라면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낮은 편이지만, 이곳 역시 환자가 늘어나면 의료진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확실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재택치료로 인해 중환자 상태가 더 악화했다는 통계는 아직 없다"면서도 "이전까지 없었던 재택치료 제도를 시행하다보니 여러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택치료 환자를 의료진이 관리하는 것도 아니므로 치료적인 관리나 시기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3년차인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코로나19 감염인지조차 모르고 중환자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왔는데 병상 확보가 안 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경증이든 중증이든 기본 48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80대 확진자가 산소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는데도 140시간 대기한 끝에 겨우 병상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전했다. 

방역당국 "재택치료 확대, 지방으로 이송", 전문가들 "글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설치됐다. 연합뉴스 제공

방역당국에서는 중환자실 병상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는 한편, 중환자 상태를 평가해 퇴원을 시키거나 재택치료를 확대하고, 수도권 환자를 지방으로 이송하는 등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코로나19 환자는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음성이면 퇴원할 수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20일 상태가 호전된 환자와 재원 일수 21일이 넘은 환자 등을 대상으로 환자 상태와 재원 사유, 치료 계획 등을 토대로 중환자실 재원 적정성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전원이나 퇴원을 환자가 거부하면 치료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PCR 결과에서 음성이 나왔더라도 중환자는 아직 호흡 기능이 저하돼 인공호흡기 치료 등이 필요해 바로 퇴원하기 힘들 수 있다"며 "(혹시 모를 전염 위험 때문에) 다른 환자들이 있는 병동으로 옮기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중환자만 병상이 부족한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아닌 중환자들에게까지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박수현 홍보이사는 "의료계는 지금도 굉장히 과부하"라며 "다른 질환이든 코로나19 감염이든 중환자는 생명유지 장치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고 며칠만에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중환자들이 급증하면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한솔 회장은 "중환자실 병동이 부족하니 상당수 확진자는 응급실 격리시설에서 며칠씩 머문다"며 "이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다른 호흡기 질환이나 고열환자는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심정지 환자처럼 위급한 상황에도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알아야 하니 격리시설이 필요하다"며 "중환자실 병실 부족 문제는 결국 다른 위급한 환자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여 회장은 "최근 서울 지역 병상을 구하기 어려워 경기도 병원으로 이송하려던 적이 있었다"며 "중환자를 장거리 이송하는 게 (의료진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데다가 구급차들도 서울에서 경기 병원까지 이송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중환자를 지방 병원으로 이송시킨다는 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중환자 전담병원을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21일에 열린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감염병 전문화한 병원에서 중환자를 모아 케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일반 환자나 코로나19 감염자가 아닌 중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코로나19 중환자 대응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그랬듯이 코로나19 중환자를 위한 간이 병원을 짓는 등 병상을 추가로 늘리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병상을 늘리는 것만큼 병상을 전담하는 의료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병상 증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신규 확진자 규모 자체를 줄여서 새로 발생하는 중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며 "60세 이상 고위험군 대상 부스터샷 접종을 신속하게 진행시키고, 비상계획을 발동해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홍보이사도 "병상을 구해 치료 기계만 놓는 것만으로 중환자실을 꾸릴 수 없다"며 "중환자를 돌보지 않았던 의료진을 갑자기 중환자실에 배정한다고 해서 중환자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중환자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방역 부분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