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요구는 '공공성 확대'다

한겨레 2021. 11. 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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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됐다.

딱딱하고 어렵기만 했던 공공성 개념은, 코로나19를 견디는 국민들에게 공공병원과 마스크, 돌봄, 일자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생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시장주의'와 '공공성' 두 갈림길에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지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정글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인가, 평등의 원칙에 기반한 공공성인가, 우리는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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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이승철ㅣ공공운수노조 정책부실장

코로나19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됐다. 회복해야 할 일상은 무엇인가. 그저 코로나 이전 과거로의 회귀인가, 아니면 새로운 사회로의 전진인가.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연쇄적으로 드러냈다. 의료와 방역 등 보건 이슈에서 시작된 파장은 대량해고와 자영업 붕괴 등 노동·민생 문제로 이어졌다. 감염병 사태의 장기화 속에 부자 자산은 늘고 빈곤층 소득은 줄며, ‘소득-자산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확대됐다.

이 와중에 새롭게 조명받은 가치도 있다. 바로 ‘공공성’이다. 딱딱하고 어렵기만 했던 공공성 개념은, 코로나19를 견디는 국민들에게 공공병원과 마스크, 돌봄, 일자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생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공공성이 가장 먼저 강조된 분야는 보건의료였다. 초기 7천명에 가까운 확진자를 낸 대구시에 국가 지정 음압병상은 고작 10개에 불과했다. 감염병에는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10%)과 공공의료기관 비율(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민간 중심 의료체계가 뿌리내린 대표적인 나라 미국은 세계 최다 확진자와 사망자를 낸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의료 민영화 정책 끝에 공공의료 인프라가 취약해진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공공성’이란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국가의 비극이다.

코로나19로 중요성이 드러난 돌봄 영역도 마찬가지다. 3살 이상 아동의 92.3%가 보육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20.4%에 불과하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고 떠들썩하지만, 국공립 요양시설 비중은 2.8%에 그친다. 일자리 분야에서도 공공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진원지는 미국이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은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2천만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직후 2조달러 규모의 ‘일자리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돌봄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케어 이코노미’와 공공교통·도로·인터넷 등 ‘인프라’가 각각 첫번째와 두번째로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영역을 차지했다.

물론 시장은 공공성 강화 흐름에 적극 반대한다. 자기 이익과 충돌한다는 이유다. 예컨대 질병을 개인화하는 시장 중심 의료체계는 치료기술 개발에 치중하는 반면, 예방과 공중보건을 등한시한다. 병이 생기면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치료 위주의 시장주의 의료체계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바이러스의 뒤를 따라가게 된다. 공공 돌봄의 확대는 이용자의 비용을 낮추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지만 기존 민간업체는 수익이 낮아진다며 크게 반발한다. 일자리도 그렇다. 기존처럼 ‘실업’이란 바구니에 경제활동에서 탈락한 이들을 모아둬야 기업이 인건비를 낮출 수 있게 된다. 반면 ‘좋은 공공 부문 일자리’가 많아질수록, 민간의 임금과 복지도 높아진다. 시장의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최근 상병수당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민간 실손보험업계의 이익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19를 맞아 공공의 역할론이 부상하는 상황은 그래서 큰 의미를 가진다. ‘시장주의’와 ‘공공성’ 두 갈림길에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지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은 공공성이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의 국가운영 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정글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인가, 평등의 원칙에 기반한 공공성인가, 우리는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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