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끊기고 폐업 사례도 속출..설자리 잃어가는 청년몰 [현장에서]

김태희·박미라 기자 2021. 11. 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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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9일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 청년몰을 찾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김태희기자


지난 19일 오후 12시30분쯤 경기 수원시 영동시장 청년몰. 사람으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임에도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같은 시간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동시장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6개 식당이 입주해 있는 푸드코트는 찾는 사람이 없어 휑했고, 배달 노동자들만 간간이 오갔다. 공방 등을 운영 중인 점포는 자리를 지키는 사람 없이 ‘용무시 연락을 달라’는 팻말만 걸려 있었다. 2017년 개장당시 28개 점포가 입주했던 이 청년몰은 올들어 누적 폐업 점포 수는 17곳이다. 10곳 중 6곳이 폐업한 셈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21일 오후 6시쯤 제주시 중앙로 상점가 청년몰은 문을 닫은 점포가 대부분으로 손님은 한명도 없었다. 이 곳은 2019년 12월 20개 점포 규모로 개점했다. 당시 입점했던 16곳 점포 중 절반인 8곳이 2년의 임대계약이 종료되는 이달 말을 기점으로 재계약을 포기했다. 제주시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재계약 포기 점포 8곳과 비어있는 점포 4곳 등 12곳에 대해 신규 입점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신청 건수는 4건에 불과하다.

전통시장과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전국의 청년몰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 일부 청년몰에서는 입주 점포가 모두 폐업하는 일도 벌어졌다.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청년몰 사업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2016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전통시장에 청년들의 감성을 담은 문화 공간을 조성하고 청년들의 창업도 지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겠다는 목표로 첫 발을 내딛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금까지 청년몰 조성에 들인 예산만 5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투입된 예산은 청년몰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조성을 마친 이후 추가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원 영동시장 청년몰의 경우 2016~2017년 총 19억원이 투입됐다. 입주한 청년들에게는 1년 간의 임대료 지원도 이뤄졌다. 그러나 조성 후 지자체의 행사 등을 제외하면 별다른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추가 예산 역시 투입되지 않았다. 결국 창업 이후 발생하는 문제와 부담 등은 청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몰의 실패 요인으로 사후 관리를 지적했다. 이은하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 도움으로 창업하긴 하지만, 그 이후 지원책이 없으면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청년 상인들이 자생하긴 힘들다”면서 “적어도 2~3년 정도는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사후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 초기 목적에 맞게 청년들 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청년몰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다. 사람을 모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만 지금의 사업은 그렇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수요 파악 실패와 낮은 인지도 등도 청년 창업자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영동시장 청년몰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중인 A씨(40대)는 “시장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중장년층으로, 청년들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위치도 시장 중심이 아니라서 찾는 손님들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돼 침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탓에 전국 청년몰 대다수가 폐업 등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받은 자료(지난 2월 기준)에서 부산 중구 국제시장 청년몰은 입점 점포 14곳이 모두 폐업했다. 인천 강화군 강화중앙시장 청년몰과 충북 제천 제천중앙시장 청년몰도 각각 점포 20곳과 19곳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1곳씩만 남았다. 황운하 의원은 “온라인·비대면 업종 확대 등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추어 판로 지원 사업을 보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의 문제점을 받아들여 지금은 청년몰 점포를 늘리는 것보다 청년 상인 도약 지원 사업 등 사후 관리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향후 청년몰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박미라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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