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폐업' 한국게이츠 해고 노동자, 515일 만에 농성 해제
[경향신문]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이 사측과의 고용승계 논의 등의 조건으로 지금까지 벌여온 515일간의 농성을 풀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2일 서울 신도림 대성산업 본사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국금속노조는 “한국게이츠의 모회사인 미국게이츠와 국내 법률대리인이 농성해제 등을 조건으로 교섭 재개를 제안했다”면서 “이를 받아들여 이날 오전 단식 등의 농성을 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국금속노조와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은 곧 한국게이츠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과 실무 논의를 벌인다. 해고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등 문제와 한국게이츠가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을 상대로 청구한 3억4000여만원의 손해배상가압류 등이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후 노조는 다음달 2일 미국게이츠 임원 등과 화상으로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한국게이츠는 지난해 6월26일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과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공장 문을 닫았다. 당시 노동자 147명이 해고통보를 받았다. 앞서 회사측은 희망퇴직안을 개별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뒤 위로금을 지급했지만, 사측안을 거부한 19명은 농성을 벌였다.
한국게이츠는 1991년 대구은행에서 60억원을 빌려 달성산업단지내 부지 1만3223㎡(약 4007평)에 공장을 만들어 가동했다. 노조는 사측이 2000년 이후 한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순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했다. 최근에도 2017년 77억원, 2018년 47억원, 2019년 45억원 등 흑자를 기록했다.
노조는 “한국게이츠가 국내에서 법인세 감면 같은 세제혜택과 공장부지 인수자금 지원 등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폐업이후 토지매도 등에 따라 수십억원 시세차익을 챙겨서 떠나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윤을 극대화한 뒤 노동자를 해고하는 ‘쉬운 방식’으로 공장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대성산업이 이러한 상황을 알고도 한국게이츠 공장부지를 인수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4일부터는 상경투쟁을 벌였다.
전국금속노조측은 “제2, 제3의 한국게이츠 대량해고가 일어나질 않길 바란다”면서 “한국사회가 외국투기자본의 횡포를 멈추고 해고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채붕석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장은 “아직 고용승계 등 결정된 부분은 없다”면서 “실무협의를 통해 해고 노동자들의 요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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