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사라진다"..남해안 어민들 해상풍력단지 허가한 정부 상대 법적 대응 나서
경남 통영 욕지도 주변 바다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에 반발하는 남해안 어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돌입하며 반대 수위를 높이고 있다.
멸치권현망해상풍력발전대책위원회와 멸치권현망수협은 지난 17일 ‘현대건설 욕지좌사리도 해상풍력 발전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22일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조봉욱 대책위원장 등 대책위 소속 어업인 5명이고, 피고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권현망(權現網)은 멸치잡이 그물 어구를 말하는데, 통영 멸치권현망수협에서 전국 멸치 생산량의 50%를 담당한다. 이번에 정부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통영 욕지도 앞바다 등에서 수십년 간 멸치잡이를 해온 어민들이다.
수협과 대책위에 따르면 욕지도 인근 바다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으로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몰리는 남해안 황금 어장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몇 년 전부터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해상풍력 발전은 수심 50m 이내로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설치해야 경제성이 있는데, 대륙붕에 위치해 수심 50m 내외로 바람이 연중 부는 욕지도 해상이 최적지로 꼽히면서다.
욕지도 서쪽 해상에선 이미 지난 2019년 3월 VENA 에너지(욕지풍력㈜)가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49㎢(1482만평) 해상에 5.5MW급 발전기 64기(총 352MW)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6월엔 현대건설㈜이 욕지도 동쪽 해상 좌사리도 주변 47㎢(1421만평) 해상에 8MW급 28기(총 224MW)의 풍력발전기를 세우겠다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한국남동발전㈜도 최근 욕지도 남쪽 해상에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풍황 계측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와 수협 측은 3건의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총 계획 면적만 약 150㎢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50배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경기장 2만 2000여 개를 합친 크기다. 현대건설이 추진 중인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경우 바다 위에 세우는 풍력발전기 높이만 수면 위로 230m 이상 드러난다고 한다. 바다 위에 여의도 63빌딩(안테나 제외 249m) 수십 기가 세워지는 셈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처럼 해상에 대규모 단지를 추진하는데도 피해가 불보듯 뻔한 어민들에겐 동의도 제대로 구하지 않고 있다”며 “현대건설의 경우 욕지도와 8km 떨어진 곳에서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인근 욕지도 주민에게만 사업 혜택을 설명한 뒤 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상풍력기 주탑이 세위지는 곳은 어민들의 주 어업지와 겹치기 때문에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어민 동의나 의견이 빠진 ‘주민 수용성’을 근거로 한 정부 허가는 무효라는 취지다.
해당 관계자는 “산자부와 사업자는 제도 허점과 절차 하자를 인정하고 어업인과 상생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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