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풀린 우리금융..손태승 "디지털·플랫폼 경쟁력 키울것"

문일호,강우석 2021. 11. 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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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PE·두나무 등 5개社, 우리금융 지분 9.3% 인수
지분 4% 보유한 유진PE
사외이사 추천권도 확보
지분 1% 차지 두나무도 눈길
종합금융지주로 도약 위해
보험 등 非은행 인수 본격 추진
민영화 호재에 주가도 상승세

◆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

우리금융그룹이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된다. 22일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9.3%가 5개사에 낙찰되면서 우리금융지주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게 됐다. [박형기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 지분(9.3%)의 새 주인을 찾으면서 우리금융의 경영도 일대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일단 정부의 입김이 사라지면 보다 적극적으로 증권사나 보험사를 인수하고 디지털 금융 영토를 넓혀 국내 1호 금융지주사의 위용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선 이번 지분 매각으로 우리금융의 지배구조가 바뀐다. 예보가 1대 주주 자리에서 3대 주주(5.8%)로 내려오고, 유진PE가 예보 대신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게 되면서 우리금융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사외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우리금융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에 참석한다. 그동안 우리금융은 정부의 개입이 회사 경영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었지만 이 때문에 발목을 잡힌 측면도 많았다. 특히 우리금융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직원 인선에 정부 입김이 작용해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예보 지분이 줄어들면 이 같은 인사 개입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진PE는 경영권 참여를 통해 향후 우리금융지주 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매각전 초기부터 유경선 회장의 관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 관계자는 "1년 동안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점에 주목해 베팅한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은행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예비입찰 전부터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력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유진그룹이 우리금융지주의 잠재력에도 주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보다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가 작은 편이어서 향후 M&A 성과에 따라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가 희망 수량 1% 지분 확보에 성공하면서 우리금융의 새 주주가 된 점도 향후 우리은행의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의 현금성 자산은 1조797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 입찰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후문이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두나무의 지분 참여를 계기로 신사업을 확대할 명분과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신생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지분 1%를 낙찰받아 주목된다. 금융권에선 22일 입찰 결과 지분 1%를 추가한 우리사주조합이 9.8%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은 단기 투자 이익이나 경영권 획득이 아닌 회사의 주인으로서 책임경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며 "우리금융의 노사 관계는 타 금융사 대비 우호적인 편으로 향후 경영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내부등급법 100% 승인(위험자산 활용도 확대)에다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도 연기되면서 우리금융이 당분간 외형 확대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도 뒤따른다. 이를 위해 중소형 증권사나 보험사를 인수해 다른 금융지주처럼 종합금융지주로서 도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우리금융 입찰에 응했던 투자자들이나 업계에선 우리금융의 순이익 90%가 우리은행에서 나올 정도로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태승 회장
22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매경과의 전화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노력으로 이번 매각이 성공했다"며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를 토대로 새로운 대도약의 출발선에 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 회장은 이어 "과점주주 중심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시장에서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기에 완성하고 우리금융의 디지털과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금융은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서민 금융 지원에 주력해왔지만 앞으로는 M&A에 주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유력한 매물로 거론되는 유안타증권의 경우 시가총액이 8842억원으로 1조원 미만이다. 유안타증권의 지분 구조는 대만 유안타그룹이 50%대를 보유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M&A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SK증권도 시총이 1조원이 안되는 중소형 증권사다. 이 같은 기대감에 우리금융 주가는 1.9% 올랐다.

[문일호 기자 /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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