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금이 증시로?..올해 전세계 IPO 규모 '역대 최대'

올해 전 세계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 공모액이 700조원을 돌파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4201억달러(498조원) 이후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가 대거 푼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기업들의 상장에 가속도를 더한 것.

상장 첫 날인 지난 4월 11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에 걸린 쿠팡 로고.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전 세계 주식시장에 2850개 기업이 상장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공모금액은 총 6000억달러(약 714조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3704억달러(440조원)보다 62% 증가한 금액이다.

연도별 글로벌 증시 IPO 규모는 2008년과 2009년 각각 1100억~1200억달러(130조~142조원) 수준으로 크게 위축됐다. 2010년엔 직전 2년간 미뤄진 IPO 물량이 쏟아지면서 공모액이 3000억달러(355조원)를 넘어섰다. 이후 기업공개 규모는 10년 가까이 연 1500억~2500억달러(178조~297조원)선을 오르내렸다.

종목별로는 이달 10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이 가장 큰 자금이 모였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리며 관심을 끈 덕분에 IPO를 통해 무려 120억달러(14조원)를 조달했다. 중국 국영 통신기업인 ‘차이나텔레콤’은 중국 상하이 증시에 데뷔하며 84억달러(10조원)를 확보했다.

차이나텔레콤은 앞서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연계된 기업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지난 5월 뉴욕 증시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이후 본국에서 상장하는 절차를 밟은 것이다.

유럽에선 올 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증시에 상장한 폴란드 택배보관업체 ‘인포스트SA’가 32억달러(3조8000억원)로 최대 공모액을 기록했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IPO 열풍에 휩싸인 것은 지난해부터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자금이 증시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를 해결하려고 초저금리 기조를 지속한 것도 각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상장한 기업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현금을 푼 수혜를 톡톡히 봤다”며 “실탄이 두둑한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조정 가능성이 우려되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국가 중앙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억누르기 위해 잇따라 긴축을 선언한 것이 증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로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우회상장인 SPAC 상장 열기가 식었고, 중국 당국의 IT 대기업 단속 등으로 홍콩 IPO 시장도 얼어붙었다. 미국 의료보험 스타트업인 ‘오스카헬스’, 영국 음식배송업체 ‘딜리버루’ 등은 상장 직후 공모가 이하로 떨어져 투자자들을 당혹감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증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선임 애널리스트는 “통화 부양책이 축소되고 글로벌 성장이 둔화되면서 시장은 조정 국면을 향하고 있다”며 “과대평가된 기업들은 다른 기업보다 훨씬 더 빨리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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