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더불어민주당, 기재부에 '분식회계' 요구하나

세종=박성우 기자 2021. 11. 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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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칼럼

퀴즈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근로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 내국세가 당초 정부 전망보다 더 많이 걷히는 ‘초과세수’와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히는 ‘세수결손’ 중 어느 것이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될까?

누구든지 당연히 초과세수가 더 낫다고 답할 것이다. 잉여가 결핍보다 낫다는 건 초등학생 산수가 아니더라도 당연한 이치다.

국가 재정 측면에서 보자면, 세수가 예상보다 많은 초과세수는 기업들의 실적이 증가하며 법인세가 늘고 근로자의 소득세나 자산 증가에 따른 재산세 등이 증가했다는 걸 의미한다.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호황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대로 세수결손은 경기침체로 민간의 경제활동이 부진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초과세수로 예상보다 더 걷힌 세수는 국가재정법이 정해 놓은 원칙에 따라 국가채무를 갚는 데 사용된다. 반대로 세수 결손이 발생하게 되면 정부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씀씀이를 감당하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 나라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국세수입 전망을 보수적으로 하는 이유는 세수결손이 났을 때 일어날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정해진 국가 사업을 세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소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세수 결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이어진다. 세수 추계를 너무 뻥튀기해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세수 전망을 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진 것이다.

최근 올해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초과세수 규모를 놓고 기재부를 압박한 더불어민주당의 행동은 이런 이유로 부적절하다. 민주당은 기재부가 올해 세수 전망을 과소 추계하는 바람에 이재명 후보가 요구한 전국민지원금이 무산됐다고 국정조사 발동을 거론하며 으름장을 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기획재정부가 여태 너무 소극적으로 세입추계를 잡는 바람에 소극적 재정이 된 데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적극적으로 세수추계를 했으면 100% 재난지원금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월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초과세수에 대해 ‘10조원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기재부는 지난 16일 올해 초과세수 전망치를 19조원으로 수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민주당에서는 기재부의 세수 추계 오류에 대해 ‘고의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19조원대 초과세수를 예상하면서도, 재난지원금 논의를 막기 위해 10조원대로 축소해서 발표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민주당 측에서는 지난 2차 추가경정예산편성 당시 기재부가 초과세수 31조5000억원을 올해 세입으로 반영한 것을 문제 삼는다. 당시 초과세수 50조원을 세입으로 반영했다면 전국민지원금이 가능했다는 논리다.

아까 퀴즈로 다시 돌아가 보자. 민주당의 주장은 정당한가. 세출은 세입 범위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적자 국채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국가재정법의 정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할 때 필요한 세출 규모 만큼만 세입 예산을 늘리는 건 상식에 가깝다.

초과세수가 얼마나 더 들어올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세입을 무턱대고 크게 잡았다가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적자 국채를 늘리기 위한 추경을 또 편성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전망이 불확실한 초과세수 기대치를 근거로 2차 추경 당시 50조원을 세입으로 반영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분식 회계를 해서라도 선거용 예산을 뒷받침하라’는 주장과 다를 게 없다.

흔히들 기재부를 재정당국이라고 표현한다. 기재부가 대한민국의 재정 및 경제정책 총괄, 국가의 중장기적인 발전 전략 수립, 조세·외환(국제금융 등)과 관련된 총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대선, 총선 등 선거철마다 정치권의 현금성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기재부는 견제 혹은 제동을 거는 역할을 도맡았다. 국회가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감액할 순 있지만, 편성안에 없는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서는 재정당국인 기재부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선심성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회와 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이 맞춰져야 재정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정신이 반영된 결과다.

최근 정치권의 하명식 정책에 기재부가 ‘국회ATM’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여전히 재정당국의 역할은 분명하다. 국회가 재정당국의 직무유기를 압박해선 안 된다.

[박성우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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