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실장은 무엇일까..후보 배우자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여의도 앨리스]
[경향신문]
[여의도 앨리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비서실 후보 배우자실장으로 이해식 의원을 임명합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선대위 2차 인선을 발표하며 명칭도 생소한 ‘배우자실장’에 초선 이해식 의원을 선임했다. 이 의원의 실장으로서 첫 공식 활동은 지난 11일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낙상사고와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조치 의지를 밝히는 기자회견 자리였다. 이후로도 이 의원은 김씨에 대해 불거진 의혹들을 해명하는 데 주력했다. 선대위 차원의 공식 설명은 없었지만 현재까지 배우자실장의 역할은 배우자를 수행하며 입장을 전하는 대변인 역할에 가깝다.
배우자실장은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이 의원은 2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선거운동에서 후보의 배우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기존에는 후보 비서실에서 배우자의 일정도 전담했지만 이번엔 배우자 선거운동의 중요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배우자실을 독립시켰다”고 설명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 수행을 위해 비서실 산하 수행2팀이 꾸려졌다. 이번에는 이를 따로 독립시켜 배우자 일정 관리와 활동 기획을 전담한다는 것이다.
독립부서로 격상된 만큼 ‘장’의 급수도 높아졌다. 지난 대선에선 유송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전 행정관이 수행2팀장에 임명됐는데 이번엔 현역 국회의원인 이 의원이 배우자실장이 됐다. 이 의원은 “기존에도 (후보) 비서실장은 의원급으로 했다”며 “이번엔 자체 기획도 하고 배우자의 활동 반경을 늘리자는 차원에서 배우자실장을 두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배우자실장 신설은 후보 배우자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의원의 배우자실장으로서의 활동이 김씨를 향해 제기된 각종 가십성 의혹을 해명하는 데 집중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후보와 배우자를 향한 의혹이 후보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사정은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겪은 ‘쥴리’ 벽화 논란 등은 여성혐오적이고 무분별한 의혹 제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양상이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 의혹, 전시기획사 협찬 의혹 등은 검증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김혜경씨가 일찌감치 공개 활동에 나선 데 비해 김건희씨가 좀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 후보 측은 지난 21일 당 내부에서 김건희씨의 등판을 염두에 둔 가칭 ‘배우자포럼’이 발족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곧장 공개 활동 여부에 선을 그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배우자포럼은 당의 중앙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라 캠프와는 논의된 바가 없다”며 “후보 배우자의 공개 활동은 특별히 계획된 건 없고 적당한 시점이 되고, 계기가 있으면 활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씨는 후보 배우자라는 특성상 공개 활동을 무기한 미룰 수는 없다. 다만 공개활동을 시작한다고 해도 윤석열 후보를 보조하는 선에서 두드러진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우리도 후보 배우자를 일반적으로 당에서 지원하긴 하는데 민주당처럼 실장까지 둔 건 처음 봤다”며 “지난 대선 홍준표 후보도 배우자인 이순삼 여사에게 수행을 붙여주는 정도였고 배우자실장 같은 직책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적은 없다. 김건희씨의 등판은 선대위가 구성된 후에나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부각된 후보 배우자 간 대결 구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차기 대통령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자의 소양과 비전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지위와 배우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각 후보의 배우자에 대해서 가십성 네거티브를 하기보다는 그들의 자질을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은 최근 김건희씨를 ‘토리(윤 후보 반려견) 엄마’라며 김씨가 출산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다가 난임·불임 가정에 상처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에 후보 혼자 들어가는 게 아니다. 국민이 뽑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와 그 배우자가 들어가는 것”이라며 “배우자로서 함께 살아온 것도 중요하지만 들어가서 후보에게 강력한 영향을 행사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그 부분도 정확하고 세심하게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자들이 뒤에만 있지 말고 후보가 볼 수 없는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며 “배우자들이 미국의 미셸 오바마가 했던 것처럼 품위 있으면서도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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