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극장..'향불'로 그린 일상

이한나 2021. 11. 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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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선화랑 개인전
향불 태워 점묘화처럼 표현
`날고 싶은, 새`(127x184㎝).
2003년 이맘때였다고 한다. 하늘 위로 쳐다본 순간 마른 은행나무 잎 사이를 뚫고 비치는 햇살이 아름답게 느껴졌고, 그것을 재현하기 위해 한지에 향불로 실험해 보았던 것이.

원조 '향불' 작가로 주목받은 이길우가 인사동 선화랑에서 12월 4일까지 개인전 '108 & stone'을 연다.

이 작가는 약 5만개(100호 기준 추정치)에 달하는 향불 구멍을 뚫어 점묘화처럼 이미지를 표현하고, 그것이 일종의 '렌즈' 같은 작용을 해서 또 다른 세상을 표현한다. 초기에 가족이나 주변 인물을 등장시켰다가 동서양의 대비되는 정서를 한 화면에 넣는 동문서답 연작에 이어서 오드리 헵번 같은 유명인들을 팝아트처럼 표현한 작업 등을 선보였다.

그동안 인두에 채색하는 방식의 새로운 재료 실험 등 샛길로 잠깐 갔다가 부친 타계 이후에 다시 향불로 돌아왔다. 5년 만에 여는 개인전에서는 어머니, 아들, 극장 관람객 등 일상적인 풍경이 주종을 이룬다. 신문과 염색한 한지 콜라주 등 다양한 화면 구성을 시도한 것도 특징이다.

'날고 싶은, 새'(127×184㎝)라는 작품은 버려진 휴지를 표현했는데 인간의 본능인 욕망이 휴지처럼 접히면서 흡사 새처럼 보이는 모습을 표현했다. 특히 최근 이 작품처럼 브라운관 TV의 화면을 가르는 전파 신호선을 바탕화면이 되는 후면 안에 콜라주 방식으로 넣어서 함께 보여준다. 향불 구멍 렌즈 아래 TV 모니터라는 인식 속에서 그림을 보면 세상이 더욱 다층적으로 표현된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두드러지는 향불 점묘화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브라운관 TV 콜라주가 맡은 듯싶다.

이길우 작가는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차용한 모자상을 작업했다"며 "전통 재료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싶은 욕심에 천연재료 염색과 장지, 순지 등 다양한 한지를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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