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덮친 '3C 공포'.."물가·금리·환율 모두 종잡을 수 없다"

박신영/도병욱/강경민 기자 2021. 11. 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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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사업 '시계제로' .. 상황별 비상계획으로 대비
전자·조선 등 원자재·물류비 상승 장기화 대비 선제 대처
中 공급쇼크에 소재 의존 높은 반도체·배터리도 '초긴장'
'고유가에 환율 리스크' 항공업계 "자산 팔만큼 위기감"
기업들의 내년 경영환경이 원자재와 공급망, 환율 등 3대 리스크로 시계제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판 원료인 철강스크랩(고철) 가격도 지난달 13년 만에 t당 60만원을 넘어섰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에 수입 고철이 쌓여 있다. 허문찬 기자

국내 대기업들은 내년에 대비해야 할 경영 리스크로 ‘3C’를 꼽았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비용(cost) 증가, 반도체와 요소수 대란에서 확인된 공급망(chain) 리스크, 각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환율(currency) 변동성이 그것이다.

올해까진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린 소비심리가 폭발한 ‘펜트업 소비’ 덕을 봤지만 이마저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짜면서 ‘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선제적 대처를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4대 그룹의 한 경영기획 담당 임원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얼마나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실적은 물론 기업의 생존 여부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물류비↑…수익성 악영향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가전 부문 사업은 최근 물류비 상승으로 실적 방어에 애를 먹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물류비 상승이 생활가전(H&A) 부문 수익성이 악화된 주요인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해상 및 항공 운임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이 같은 현상이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 길게는 1~2년 정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들어 철광석과 알루미늄, 구리 등 핵심 원자재 가격 급등이 강판과 각종 기자재를 거쳐 제조원가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기업 실적을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는 올해 후판 가격 급등에 따른 충당금 설정으로 상반기에만 각각 1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봤다.

 공급망 관리 비상

중국발(發) 공급망 리스크도 생산현장을 언제든지 마비시킬 수 있는 위협 요인이다. 업종을 따지지 않고 “중국이 공급처를 잠그면 한국의 모든 공장이 멈출 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 및 파급경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이 무역적자이면서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관심품목’은 요소, 실리콘, 리튬, 마그네슘 등을 포함해 총 1088개에 달한다. 이 중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취약품목’은 653개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리튬과 마그네슘의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2차 연계 산업인 자동차, 화학, 2차전지, 반도체 등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은 중국산 의존도가 83.5%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세계 10위권 자동차 배터리 회사들의 목줄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마그네슘 역시 중국이 세계 공급의 85%를 담당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직접 구매하지 않더라도 전장 제작사 등 협력업체를 통해 자동차 생산라인을 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반도체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에 반발해 원자재 수출을 제재하면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에 유연한 조직 만들어야”

대외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의 특성상 환율은 기업 수익성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한 대기업 자금 담당 임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환율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11월 말이면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미국은 다음달에나 테이퍼링 속도 조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유가와 환율에 민감한 항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항공기 리스비와 항공유 결제를 달러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손실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연간 30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하는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3000만달러(약 350억원)의 손실을 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유휴재산을 매각하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역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변수다. 투자업계에선 이자율 1%포인트 상승은 현대차에 744억원의 손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은 내년 경영환경을 코로나19가 덮친 2019년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제로’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을 세워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박신영/도병욱/강경민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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