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내 젠더 창구 신설하라"..디지털성범죄 전문위, 지침 권고

최윤아 2021. 11. 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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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언어는 때로 사회의 언어가 된다.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전문위·위원장 변영주)가 성범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조장하고, 2차 피해를 야기하는 성범죄 보도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전문위는 22일 발표한 제3차 권고문에서 법무부에 ①간행물·보도자료를 제작할 때 지켜야 할 지침(가이드라인)을 만들고 ②간행물, 보도자료의 2차 피해 여부를 사전에 점검할 '젠더 전담 창구'를 갖추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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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3차 권고안
간행물·보도자료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2차피해 여부 사전 점검'젠더 전담 창구'제안도
언스플래시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는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이른바 ‘몰래카메라’의 폐해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그러한 촬영 행위를 처벌하기 위하여 신설되었다.” - 헌법재판소 2016헌바153 결정문 일부 발췌

법의 언어는 때로 사회의 언어가 된다. 지난 11일 레깅스를 입은 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은 남성에게 내려진 7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언론은 ‘레깅스 몰카 사건’이라고 이름 붙여 기사를 쏟아냈다. 법원이 범죄 행위가 맞다고 결정 낸 사건인데도 ‘불법촬영’ 대신 ‘몰래카메라’라는,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용어를 써 사안을 설명했다. 이 사건 판결문에는 ‘몰래카메라’라는 용어를 사용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이 일부 인용되어 있었다. 헌재 결정문의 부적절한 표현이 언론보도로 확대·재생산되어 대중에게 전달된 셈이다. 아직도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 시스템에 ‘몰카’를 검색하면 수많은 불법촬영 관련 판결문이 뜨고,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제목에 ‘몰카’를 쓴 기사도 8602건에 달한다. (다크웹 보안기술 기업 ‘S2W’ 집계)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전문위·위원장 변영주)가 성범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조장하고, 2차 피해를 야기하는 성범죄 보도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전문위는 디지털 성범죄 등 성범죄 대응과 제도개선을 위해 법무부가 꾸린 일종의 전문가 군단이다. 이들이 성범죄 보도문제를 풀기 위해 주목한 것은 법무부의 책임있는 역할이었다.

전문위는 22일 발표한 제3차 권고문에서 법무부에 ①간행물·보도자료를 제작할 때 지켜야 할 지침(가이드라인)을 만들고 ②간행물, 보도자료의 2차 피해 여부를 사전에 점검할 ‘젠더 전담 창구’를 갖추라고 권고했다. <한겨레> 등 일부 언론사가 갖추고 있는 젠더데스크(성범죄 관련 기사 등 콘텐츠 모니터링 담당)를 법무부 내에도 신설해 최소한 법무부가 직접 배포하거나, 언론에 제공하는 각종 콘텐츠가 2차 피해를 야기하는 일은 막자는 취지다.

전문위는 이날 발표한 3차 권고안에 자체적으로 만든 ‘간행물 등 제작·배포 가이드라인(안)’, ‘법무부 간행물 제작·배포 전 확인 체크리스트’, ‘디지털 성범죄 보도·홍보 전 확인 체크리스트’도 담았다. 이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 보도·홍보 전 확인 체크리스트’에는 △디지털 성범죄 발견 시 신고 부처와 피해자 지원 정보가 명시되어 있는가? △‘몰카’ ‘음란물’ ‘리벤지 포르노’ 등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는가? △피해영상물이 유포되는 사이트, 플랫폼에 대한 정보가 노출되어 있지 않은가? 등의 문항이 포함돼 있다. 기존에 제정된 언론의 성범죄 보도 준칙보다 더 구체적인 확인 사항들이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위는 “뉴스 등 미디어가 디지털 성범죄를 희화화하는 등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성범죄의 근본 원인을 가리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국가기관이 사회나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만큼, 인권보호의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내부 자료나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따라야 할 성범죄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사전 점검을 수행하는 전용 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위는 법무부가 선도적으로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다른 부처나 언론도 이를 참고해 성범죄 보도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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