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사람들] '로열패밀리' 김여정..권력의 핵심에 서다
[※편집자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집권하면서 10년이 되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을 맞아 김정은 체제에서 정치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 5명을 선정해 앞으로 5일간 뉴스레터 '한반도&'을 통해 소개합니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를 통해서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여동생으로 이른바 '로열패밀리'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공식 직함이 당 부부장에 머물러 있지만 김 위원장을 보좌하며 권력의 핵심으로 역할하고 있다.
정치 무대의 전면에 나선 뒤로는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남, 대미 담화 등을 본인의 이름으로 발표하고 있어 외교안보 분야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김여정은 단독으로 지방 경제현장을 시찰할 정도로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대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은 1987년 김정일 위원장과 그의 셋째 부인인 고(故) 고용희 사이에서 외동딸로 태어났다.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1996년부터 수년간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하며 남매간 유대와 신뢰가 돈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여정은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의 장례식에 모습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선전선동부에 소속돼 김정은 위원장의 각종 현지지도 및 군부대 시찰에 동행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공식 행사에서 그가 직접 연출과 경호까지 도맡아 챙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고, 그가 등장할 때마다 결혼설과 임신설, 출산설 등 각종 설이 무성하기도 했다.
김정은 시대 홍보 전략을 책임진다는 평가를 받던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대남 사업을 맡으며 대외방면에서도 역할을 키웠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남한 김여정은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다른 고위급 대표단사이에서 압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특사로서 왔느냐는 물음을 받자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4, 5, 9월 열린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선언문 서명'을 바로 곁에서 도울 정도로 오빠인 김 위원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하며, 최측근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2019년 말부터 당 제1부부장으로서 대남사업을 총괄한 그는, 지난해 6월 남측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한 남북 간 통신선 단절부터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대남 압박 공세를 사실상 지휘했다.
나아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는 대미정책에도 깊이 관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기였던 작년 7월에는 당시 제기됐던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하는 담화를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내고,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가 담긴 DVD를 요청하기도 했다.
북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로 북한의 대외관계가 위축되는 가운데 김여정은 지난 1월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제외됨과 동시에 제1부부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지속해서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존 관측과는 배치된 것이었지만 그가 '리베로'로 역할을 계속하리라는 분석이 우세했고, 실제 그의 대외 입장 발표는 끊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6월에는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북미대화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이런 김여정의 모습을 두고 르 몽드는 그가 "독설을 퍼붓는 김정은의 대변인"(communicante)으로 점점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매개로 대화 시그널을 보내는 담화를 잇달아 발표하며 분위기를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여정은 지난 9월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 및 박정천 당 비서와 함께 국무위원회 위원에 진입하며 '국정운영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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