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열린민주 통합협상 개시..'이재명당' 시작? 정계개편 신호탄?
'더불어' 우상호 송갑석 - '열린' 정봉주 김의겸 상견례
당명 개정 가능성도 열어놔
열린민주, '공천방식' 협상 조건 제시할 듯
김의겸 "'열린 공천', 정치 개혁의 화두로"
우상호 "김한길은 창당전문가, 대선전 윤석열당 창당 가능성"
합당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협상 대표단이 22일 국회에서 첫 상견례를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새로움과 변화, 혁신, 개혁에 대한 열망을 담아 이재명의 민주당, 새로운 민주당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굳히기 위한 ‘이재명당’ 추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이날 통합을 추진 중인 양당 협상 대표 상견례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송갑석 의원과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김의겸 의원이 참석했다. 첫 만남의 분위기는 양당 통합 전망을 매우 밝게 하고 있다.
자체 대선 후보를 선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재명 후보의 통합 제안을 수용한 열린민주당은 ‘통합에 적극 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상견례 모두발언에서 “대선이란 중차대한 역사적 시기를 앞두고 진보개혁진영의 분열된 모습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 통합에 적극 임하기로 했다”면서 “(양당 통합은) 검찰독재를 꿈꾸는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을 제외한, 윤 후보에 반대하는 모든 양심적 세력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전후 생긴 양당간 감정의 골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는 듯 사과부터 내놓았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총선 시기에 열린민주당 활동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좀 야박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총선 승리를 위한 부득이한 언술로 이해해달라”며 “그 때 상처받은 열린민주당 당원들께서는 마음을 풀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열린민주당이 제안할 통합의 조건들을 적극 수용할 태세를 보였다. 우 의원은 “열린민주당이 주장한 각종 개혁과제들이 본격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과정으로 승화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연내 통합 마무리” 한목소리... ‘당명 개정’도 열어놔
양당 협상 대표들은 연내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우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연말 내로 통합을 마무리해야 내년초부터 지지층이 결집한 이후에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도 지난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합당 의결을 위한) 전당원 투표까지 포함해서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짓는데 올해 안에 결말을 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양당은 통합 과정에서 당명(黨名) 개정도 열어놓는다는 입장이다.
협상의 쟁점은 열린민주당이 제시할 통합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열린민주당이 주장하는 ‘공천 방식’을 더불어민주당이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김의겸 의원은 지난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의 통합 관련 논의를 전하면서 “단순히 당대당의 통합이 아니라 민주당의 개혁을 이끌어내는 계기를 삼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더불어민주당 내 초선의원들의 모임에서 국회의원의 3선 연임 제한, 의원 면책특권 폐지 이야기가 나왔다. 거기에 덧붙여서 공천 자체도 국민들에게 모두 다 돌려주자라고 하는 ‘열린 공천’을 정치개혁의 화두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구체적인 내용은 고민해 보고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를 한 번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열린민주당은 창당할 때 열린 공천이라고 하는 굉장히 의미 있는 제도를 도입한 최초의 정당”이라면서 “우리 정치와 정당 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문제제기를 하고 시작한 당”이라고 했다.
◇열린민주, 자체 공천방식을 조건으로?... ‘이재명표 정치혁신’의 지렛대 될까
이같은 열린민주당의 협상 조건이 이재명표 정치혁신과 맞물리면서 만들어낼 화학 반응도 관심사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의 민주당’ 발언과 관련 “이재명 표 정치 혁신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라며 “당은 후보에게 그럼 후보의 의중대로 안을 제시해 달라, 이렇게 넘긴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재명표’ 여의도 정치 혁신이 시작됐다고 봐야 된다”고 했다. 이 후보가 열린민주당이 제기한 ‘정치-정당 혁신’과 공천 방식 개편 주장을 지렛대 삼아 당 장악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가 ‘정치 혁신’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임기 말 인기가 떨어지는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가 집권여당 후보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17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자,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떠밀리듯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야 했다. 여당 대표(열린우리당 의장)이면서 유력 주자였던 정동영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해 대선 후보가 됐다. 정 후보는 정책 차별화를 위해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 폭탄’은 징벌적 수단이 됐다”는 말도 했다.
18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여당 내 야당’ 전략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박 후보는 당명(黨名)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직접 반대 토론에 나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각을 세웠다.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을 통해 ‘경제 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워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와 차별화했다.
◇우상호 “김한길은 창당전문가, 대선전 윤석열당 창당 가능성”
이같은 움직임과 별개로 ‘이재명당’에서 시작한 정계개편 움직임이 정치권 전체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영입한 것과 관련 “새시대준비위원회라는 이름은 재창당을 암시하는 것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면서 “저분이 움직이면 보통 정치 세력이 재편된다. 창당 전문가다. 틀림없이 윤 후보를 만나서 김한길 대표 같은 분이 조언한다면 선거 앞두고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바꾸겠다고 해야 표가 올 거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 후보의 국민의힘을 새로 만들려는 새로운 창당의 한 일환으로 제3지대라고 불려진 사람들을 모아서 국민의힘을 재창당하려고 하는 모양이구나”라면서 “대선 전에 (창당) 가능성도 있다. 그 카드도 있다. 선거 앞두고 국민의힘이 아니고 새로운 정당이다, 이런 걸 연출하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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