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움직임, 한국에도 불똥 튈까?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질문에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런 검토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 문제 때문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입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관련해 "우리가 우려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인권 유린"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보내지만, 관행적으로 함께 파견해왔던 정부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외교적 보이콧이 실행되면 대통령은 물론, 미 국무부 인사들과 정치인들은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 'Again, 평창' 구상에 불똥?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이 최종 결정되면 한국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베이징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계기 중 하나로 여겼던 우리 정부 구상에 먹구름이 낄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시킨 전기가 됐던 것처럼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북미 관계 개선의 모멘텀 중 하나로 고려해왔습니다.
특히 종전선언을 북한 비핵화 협상의 입구로 삼는다는 구상을 가진 우리 정부로선 남·북·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내년 2월 올림픽은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의 방중이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아예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한다면, 남·북·미가 한 공간에 모일 가능성은 아예 사라져버리고 문재인 정부 임기 막바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불씨를 살리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집니다.
일단, 청와대는 미국의 보이콧 움직임 이후에도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기본 입장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1일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분간 북한 대표단의 올림픽 참여 여부 등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고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 '보이콧 도미노'?… 미·중 사이 딜레마
우리 정부로선 고민스런 지점이 또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는 올림픽 보이콧 동참을, 중국으로부터는 올림픽 참여를 요청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서방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보이콧 동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일단 영국이 보이콧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는 "중국에 대해 전임자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 온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외교적 보이콧을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호주,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들과 유럽연합(EU)의 동참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특히 미국이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동참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중국은 미국과 당당히 어깨를 견주는 G2국가로서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무대로 베이징올림픽을 상정하고 있고, 올림픽 성공을 위해 한국 정부에 초청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올림픽 참석을 공식적으로 요청해올 경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주변국의 협력이 필수적인 우리 정부로선 이를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최근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가 불편해질 경우 당장 경제적 손실 등 파장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지난 9월 15일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며 "베이징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하며 이미 올림픽 협력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1일 미국이 한국에 보이콧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과 관련해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정부를 자칫 '딜레마'에 빠뜨릴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정교한 외교적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선민 기자 (fresh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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