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상흔' 우리금융, 23년만에 완전 민영화..증권 보험 인수 '과제'

박기호 기자 2021. 11. 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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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지분 9.3% 매각..정부 영향력 탈피하며 경영 자율성
우리금융, 증권·보험 M&A 통해 종합금융그룹 추진
우리금융그룹 전경./사진제공=우리금융그룹© 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23년만에 사실상 완전 민영화된다. 지난 1997년 발생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붕괴된 은행권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 상흔을 말끔히 씻어내는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완전 민영화를 이루게 된 우리금융은 증권 보험 등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면모를 빠르게 갖춰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매각 본입찰’ 결과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 KTB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 두나무,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등 5곳이 새 주주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이 가운데 유진PE는 4%를 낙찰받아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했고 KTB자산운용은 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과 두나무, 우리사주조합은 각 1%씩 낙찰받았다. 총 9.3%다.

이번 매각이 완료되면 우리금융의 주요 주주와 과점주주의 지분 구성에 변화가 이뤄진다.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율은 15.18%에서 5.8%로 줄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예보와 우리금융지주간 협약서에 따라 예보의 비상임이사 선임권은 현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이후 없어진다. 이로써 주요 주주는 우리사주조합(9.80%), 국민연금(9.42%), 예보(5.80%) 등으로 지분율 순서가 바뀐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유한 과점주주는 IMM PE(5.57%), 유진PE(4.0%), 푸본생명(3.97%), 한국투자증권(3.77%), 키움증권(3.73%), 한화생명(3.16%) 등으로 구성된다.

공자위는 향후 주가 추이, 매각 시점의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해 예보 보유 잔여 지분 5.8%도 신속하게 매각할 계획이다.

◇ IMF 굴곡진 대한민국 금융사 담긴 우리금융 민영화 23년

완전 민영화는 우리금융의 최대 숙원이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자그마치 23년의 세월이 걸렸다. 우리금융지주의 역사에는 우리나라 금융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에 이번 민영화의 의미는 매우 크다.

IMF 이전 은행권은 빅5인 조한제상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가 주름 잡았지만 IMF 위기로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대기업들이 줄도산하자 은행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졌고 결국 매각·퇴출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 결과 1998년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이듬해 1월 합병해 통합 한빛은행이 탄생했고 2001년에는 평화·광주·경남은행을 추가로 합병해 우리금융지주로 출범했다.

이같은 은행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12조7663억원의 공적자금을 우리금융에 투입해 100%의 지분을 갖게 됐다.

2004년 이후 우리금융 지분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예보는 2004년 9월 1차 블록세일로 우리금융 지분 5.7%를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5%, 2009년에는 7%, 2010년에는 9%를 매각했다. 이를 통해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은 57%로 줄었다.

공자위는 2010년 우리금융에 대한 민영화 방안을 의결해 여러 차례 매각 공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민영화 작업의 중단과 재추진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민영화 시도는 꾸준히 이뤄졌다. 또 일괄매각 방식을 배제한 자회사 분리 매각이 추진되기도 했다. 우리금융 산하의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각각 BS금융지주(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됐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소수지분 매각에도 나섰다. 공자위는 2015년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이듬해 우리은행은 동양생명 4%, 미래에셋자산운용 3.7%, 유진자산운용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생명 4%, IMMPE 6% 등의 과점주주 체제로 출범했다.

정부는 2019년 6월 예보의 잔여 지분을 완전 매각하기로 하고 당시 지분 18%가량을 내년까지 3년내 분할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예보는 우리금융 잔여 지분 2%를 매각했고 이번에 9.3%를 추가로 팔았다.

◇ 경영 자율성 확보 우리금융, 증권·보험사 M&A 속도전 전망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정부의 영향력에서 탈피해 경영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성장 동력을 얻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자위도 “우리금융지주가 완전 민영화를 달성하게 됨에 따라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그룹 중에서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가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우리금융은 증시 활황으로 경쟁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낼 때마다 증권사의 부재를 절실히 느껴왔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인수했지만 증권·보험 부문의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 우리금융은 벤처캐피털, NPL(부실채권) 전문회사 등에 대한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지난 2019년 지주사로 재출범한 이후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표준등급법을 적용받아왔는데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최종 승인을 받았다. 내부등급법은 자체 추정한 리스크 측정 요소를 활용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한다. 따라서 표준등급법보다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이로써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약 1.3%p 올라가면서 추가 출자 여력이 생기게 됐다.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에 이어 완전 민영화까지 이루게 되면서 비은행 부문 M&A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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