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되지 않은 내일'..故 이한빛이 던진 청년·상식에 대한 이야기 [신간]

강석봉 기자 2021. 11. 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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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미디어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세상을 등진 고 이한빛 PD를 그리는 책이 나왔다.

고 이한빛 PD의 동생인 이한솔 작가가 쓴 ‘허락되지 않은 내일’(252페이지, 돌베개)이 그것이다. 이한솔 작가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를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라는 이한빛 PD의 말을 전했다.

2016년 10월 26일, tvN 드라마 조연출이던 이한빛 PD는 세상을 떠났다.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어 PD가 됐다던 그는, 거대한 시스템에 떠밀려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업무를 강요하고 그들을 정리해고 해야 했다.

“노동이 존중받았으면” 하는 고 이한빛 PD의 바람은 이 PD의 동생인 저자 이한솔 작가가 만난 ‘보통 청년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청년들은 “능력과 상관없이 미숙한 존재로 여겨지고”, “소통 부족으로 생긴 착오를 ‘요즘 것들’ 태도 문제로 치부되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 고시 생활을 그만둔 청년의 불안 고백은 떠들썩한 공정 이슈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경쟁과 공정보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경쟁의 그늘을 더 주목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이 시대 ‘한빛들’의 온전한 목소리가 이 책 속에 담겼다.

이 PD가 죽고 그가 일했던 회사는 방송업계의 오랜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를 했다. 고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출범해 방송업계의 불합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이전까진 목소를 낼 수조차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도 조금씩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한솔 작가는 이 PD의 유족으로서, 노동·주거·청년 분야 활동가로서 이 작가는 청년문제가 더 논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최근 ‘허락되지 않은 내일’을 통해 형이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이 책 속에 담았다.

이 책에는 ‘정상’과 ‘상식’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이한빛 PD의 문제제기로 인해 방송 현장에서 정상이란 무엇인지 다시 인식하게 됐다는 이야기부터 일터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곳이 정상적인 세상이라는 단언 등은 왜 청년·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존중받지 못하는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또 이 책은 ‘영끌’, ‘공정’, ‘이대남’, ‘욜로’ 등 MZ세대를 둘러싼 자극적인 이야기 대신, 그간 눈에 띄지 않고 말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던 청년들의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말들이 담겨 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싶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연결돼 변화를 만들고 싶다” 등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춰진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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