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날아든 '종부세 고지서'..'대선 폭탄' 될까
전문가 "종부세 '폭탄 피해자' 적어 尹이 불리할 수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2021년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납세 고지서가 22일부터 날아든다. 부과액과 부과대상자 수 모두 증가한 가운데, 종부세 여파를 둔 여야 대선 후보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7%만 해당하는 부자 증세"라며 '종부세 강화론'을 들고 나왔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종부세 폭탄론'을 점화시켰다.
과연 종부세는 대선판을 좌우할 '폭탄'이 될 수 있을까. 종부세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부상했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종부세가 대선판을 바꿀 '핵심 이슈'가 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종부세에 우는 사람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
기획재정부가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종합부동산세는 94만7000명이 총 5조7000억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 기준으로 전년 대비 28만명, 세액 기준으로는 세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윤 후보 측은 종부세를 '세금 폭탄'으로 규정했다. 정부 탓에 부동산값이 치솟았는데, 정부가 이 책임을 시장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 "종부세 대상자들에게 종부세는 세금폭탄일 수밖에 없다. 1주택 보유자들 중에 수입이 별로 없는 고령층도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후보 측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종부세의 대상자와 규모가 늘었다지만, 여전히 종부세 대상자가 '상위 2%' 머문다는 지점을 꼬집고 있다. 이 후보는 18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가 종부세를 '폭탄'으로 규정했다"면서 "1.7%만 대변하는 정치는 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과연 두 후보 주장 중 어떤 것이 팩트(fact)일까. 우선 1세대 1주택자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분명 사실이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올해 13만2000명이 2000억원을 부담한다. 지난해 12만 명이 과세 대상이었던 것에 비해 1만2000명이 늘고 세액은 8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1세대 1주택자 인원 중 72.5%는 시가 25억원(공시가격 17억원, 과세표준 6억원) 이하로 평균세액이 50만원 수준이다. 시가 20억원(공시가 14억, 과세표준 3억)으로 낮출 경우 평균세액은 27만원까지 낮아진다. 또 고령자 공제 상향으로 인해 1세대 1주택자 중 84.3%인 11만1000명이 고령자 또는 장기보유 공제를 적용받는다. 최대 공제 80%를 적용받는 인원은 4만4000명으로 3명 중 1명꼴이다.
결국 종부세 고지 세액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은 '1주택자'가 아닌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과세 강화 영향이 컸다. 94만7000명의 납세자 중 인별 기준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이는 48만5000명, 법인은 6만2000명이다. 세액 기준으로는 다주택자가 2조7000억원, 법인이 2조3000억원으로 총 세액의 88.9%를 차지한다.
물론 '세금 폭탄'을 맞는 사례도 분명 있다.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 2주택을 보유했거나 3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다. 이 경우 지난해보다 공시가격이 상승했고 세율(1.2~6.0%)도 크게 높아지면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이상 많은 세금을 내야할 수 있다. 일례로 목동 7단지 101㎡와 은마 84㎡ 등 두 채를 가진 집주인의 경우 종부세가 지난해 3000만원 선에서 올해 8000만원 정도로 대폭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대상자 소수, 대선판 바꾸기 어려워"
정치권이 종부세를 화두로 올리고 있지만, 종부세가 정치판을 뒤흔들 진앙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세금 폭탄'을 맞는 대상자가 많았다면 이는 여당에게는 분명 악재였겠지만, 실제 '폭탄 피해자'가 상위 2% 내외로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들기 전 '집부자'들의 증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에 이른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어떤 이슈가 대선판을 좌우하려면 그 영향을 두고 의견이 '극대극'으로 갈려야 한다. 그러나 종부세는 그 대상자가 소수라, 장기적 대선 이슈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만약 종부세 논란이 대선판에 영향을 주려면 국가의 세제 시스템 전체를 두고 부딪히는 국면으로 번져야하는데, 아직 그 정도의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 주자가 종부세를 두고 각각 '부자 증세'와 '세금 폭탄' 프레임을 들고 나온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간 의견이 엇갈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국민들은 본인의 생계와 관련된 이슈를 이미 많이 알고 있다. 이 측면에서 (종부세 이슈가) 현재 지지율에 선반영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며 "물론 민주당은 상위 2%를 위한 세금이라고 해서 분노의 방향을 돌리려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종부세를 안 내는 사람이 현 정부의 세제 시스템에 득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후보가 국토보유세라는 '부자 증세' 정책을 들고 나온 상황이라, 윤 후보가 내세우는 종부세 완화 또는 폐지는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며 "대선은 중도층의 표심이 중요하다. 그런데 종부세 폐지를 바라는 국민은 매우 소수 부유층에 그치는 상황이다. 결국 종부세 논란이 여야의 충돌로 이어질 경우 윤 후보는 되레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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