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기자실 출입 소송 판결이 갖는 무거움

미디어오늘 2021. 11. 2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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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327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2001년 3월29일 오마이뉴스 기자는 인천국제공항 중앙기자실에서 진행하는 브리핑을 들으려고 했지만 출입기자단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제 퇴거 조치를 당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인천지방법원에 출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공항출입기자단이 기자실을 점유하거나 사용할 권리가 없고, 강제 퇴거 조치는 헌법상 보장된 언론자유와 국민 알권리를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기자단과 공항 측이 출입기자실 출입이나 취재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기자단의 자의적이고 배타적인 권한에 균열을 낸 판결이었지만 출입기자단의 카르텔은 쉬이 깨지지 않았다. 여전히 정부 부처와 주요 공공시설물의 기자실은 기자단 일원이 아니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다.

그리고 20년 후 기자단 권한을 근본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낸 '출입증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출입기자단에 출입 문제를 위임했다는 이유로 미디어오늘에 대한 기자실 출입증 발급 등을 거부한 서울고등법원의 처분은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이 서울법원종합청사 관리 주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다.

▲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 연합뉴스

“기자실은 기자들에게 그 행정재산에 관한 배타적 점유 사용권을 주려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 “기자실 사용허가 및 출입증 발급 허가는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청사관리관인 피고의 업무여서 출입기자단의 판단에 이를 맡길 수는 없고, 피고 스스로 재량권을 행사하여 결정해야 한다”, “국유재산 관리청(서울고법) 스스로의 결정이 아닌 제3자(기지단)에게 미루는 것은 법치 행정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등 이번 판결문을 뜯어보면 의미는 명확하다.

법원 기자실은 공물에 해당하고 청사 내 질서유지 등을 근거로 따져 서울고법이 출입을 원하는 매체의 출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기자단 투표를 통과한 매체만이 기자실 출입이 이뤄지거나 기자단에만 보도자료와 판결문, 법원 취재 편의가 제공되며 사실상 기자단 밖 매체의 취재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가 굳어져 왔는데 이에 대해 철퇴를 내린 것이다.

기자실 출입 여부 판단 주체가 법원에 있기 때문에 법조기자단의 가입 투표 절차도 효력이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기자실 출입 요건이 강화될 순 있어도 지금처럼 출입 권한을 일방적으로 기자단에 위임하고 기자단이 행사하는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서울고법은 변론 과정에서 “대법원, 서울고등검찰청, 대검찰청 외 18개 행정부처에도 모두 기자단이 있고, 18개 부처 기자단 모두 다른 언론매체 기자단 가입 여부는 기자단의 투표로 정하고 있으며, 외교부, 국방부를 비롯한 상당수 행정부처 역시 비기자단의 기자실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오히려 고법이 언급한 기자단의 출입 권한 행사 관행이 잘못됐음을 이번 판결을 통해 확인받게 됐다.

18개 부처 기자실 출입은 그동안 기자단 가입 투표 결과에 따랐지만 이젠 국유재산법상 각 부처 관리 주체가 출입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국 각지에서 부처 및 지자체 출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매체는 기자단 투표에 목맬 게 아니라 이제 기자실 출입 신청서를 당당히 써보자.

판결의 의미를 확대하면 자의적이고 편의적으로 행사했던 기자단의 엠바고 설정과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이어졌던 징계 역시 효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수개월 간 기자실 출입금지는 기자단의 중징계에 해당하는데 기자실 퇴거 권한도 청사 관리 주체가 행사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출입기자단 관행도 이번 기회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지역 기자단은 기자실 출입 결정 권한을 행사하면서 지자체 광고 배분 창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기자단을 내세워 지자체를 압박하고 자기들끼리 광고 수익을 나눠갖는 관행이 굳어지면서 기자단 가입은 마치 광고 따먹기를 위한 관문으로 통한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자단 운용 원칙을 세우고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수많은 언론개혁 과제 중 기자단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기자단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부처와 기자단의 유착관계를 막고 정보 투명성을 확대하는 일이기도 하다. 법조기자단 소속이었던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의 사례와 같이 폐쇄적인 기자단 운용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판결을 단초로 언론계는 기자단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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