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완전 민영화 우리금융.. 지분 4% 낙찰 유진PE·금융업 활로 확보한 두나무

허지윤 기자 2021. 11. 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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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유진PE·KTB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두나무·우리사주조합 등 5곳 선정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인수전 낙찰자로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를 비롯해 총 5곳이 확정됐다. 연내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우리금융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2일 오후 2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10% 매각 희망수량경쟁 입찰 결과, 본입찰 참여사 9개사 중 5개사를 낙찰자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를 확보할 수 있는 ‘4%’ 지분을 인수하는 ▲유진PE(유진프라이빗에쿼티)와 ▲KTB자산운용(2.3%),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1%),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우리사주조합(1%) 등 5곳이다. 낙찰 평균가격은 1만3000원 초중반대로, 올해 4월 블록세일 주당가격(1만335원)과 원금회수주가(9월 9일 기준 1만2056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금융그룹. /연합뉴스

우리금융지주는 외환위기 이후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상업·한일은행, 평화·광주·경남은행, 하나로종합금융이 그룹으로 묶여 2001년 4월 탄생한 우리나라 첫 금융지주회사다.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했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10년여간 수 차례에 걸쳐 지분 매각을 시도해왔다. 금융위는 이번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약 8977억원이 회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1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고, 새 주주가 참여하면서 우리금융 그룹 경영과 인수합병(M&A) 등 사업 추진에도 여러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지분 4%’ 낙찰 유진PE, 사외이사 추천권 확보

이번 매각전의 관전 포인트였던 ‘4% 지분 확보’ 경쟁의 승자는 유진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진PE다. 앞서 본입찰에 참여한 응찰자 중 하림, 한국투자증권, 호반건설 등이 4% 지분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을 제친 것이다. 이에 따라 유진PE는 국민연금(9.8%), 우리사주(8.38%), IMM PE(5.57%)에 이은 우리금융지주의 4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재무적투자자(FI)로 분류되는 유진PE,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 등은 금리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 등을 기대하며 이번 인수전에 참여했다. 우리금융 지분을 확보하면 6%이상의 배당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투자업계의 계산이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우리금융의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1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8% 증가했다.

하지만 단순 투자 차익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4% 지분을 취득하면 우리금융에 대한 사외이사 추천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예금보험공사는 지분 매각 계획 발표 당시 대규모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로 ‘4% 이상 지분을 신규 취득한 투자자’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우리금융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에 참석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이번에 4% 지분을 노리고 응찰한 업체들이 잇따른 주된 이유로 꼽힌다.

유진PE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내년 1월 개최될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사외이사 5인체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등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등 7명으로 구성돼있다.

래미콘·건자재사업과 물류업종 등으로 사세를 키워온 유진그룹이 2015년 2월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 PE부분을 분사해 사모투자전문회사 전문 운용사로 설립한 게 유진PE다. 유진PE는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확보한 유망기업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하고 있다. 2017년 유진저축은행(전 대영저축은행)을 인수했다가 올해 KTB투자증권에 매각하기도 했다.

◇ 1% 지분 취득으로 금융업 활로 마련한 두나무

입찰 참여로 관심을 모은 국내 1위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도 희망 수량 1% 지분 확보에 성공하면서 우리금융의 새 주주가 됐다. 업계에서는 앞서 두나무가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두나무는 탄탄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사업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 하에 우리금융지분 취득을 노려왔다. 두나무의 현금성자산은 1조797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금융업종 진출 확보 차원이라는 시각이 많다. 두나무 입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사업에 영향력이 큰 은행에 대한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외하고 실명 계좌 확인도 어려운 상황이고, 향후 거래소사업 확장을 용이하게 하려면 ‘은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두나무로선 우리금융의 지분을 충분히 노릴 만하다”고 했다.

우리금융그룹 입장에서도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사가 주주로 들어오면서 사업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간 일부 시중 은행들이 가상자산 4대 거래소와 제휴를 맺으면서 수수료 수익을 낸 반면, 우리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못했다.

업비트 화면

◇ 우리금융 증권사 등 M&A 추진 탄력

연내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1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는 소수지분만을 보유하게 되고, 우리금융은 23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5.13%의 지분을 보유한 1대주주(예금보험공사)가 그동안 우리금융의 경영에 관여해왔던 것은 아니었음에도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그룹이라는 게 외국투자자의 시각이었다”면서 “이번 매각이 외국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향후 투자 유치 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인수합병(M&A)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간 업계에서는 우리금융그룹 순이익의 약 90%가 우리은행에서 나와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우리금융은 이달 초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면서 보통주 자본비율 1.3%p 상향돼, 자본 여력이 개선될 예정이다. 우리금융도 이를 발판 삼아 비은행사업 M&A를 추진할 것이란 계획을 세워왔다. 이번 예금보험공사 잔여지분 매각으로 완전 민영화를 이루게 되면서 우리금융이 증권사, 보험사, 벤처캐피털(VC), 부실채권(NPL) 전문 운용사 등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시도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매각 절차가 완료되면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민간 주주가 우리금융의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하게 돼 1998년 옛 한일‧상업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된지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하게 된다”면서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리금융 주가가 타 금융사 대비 크게 초과 상승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본입찰 마감 이후 재료 노출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로 주가는 하락 전환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다만, 예보 지분 매각 시 유동 주식 수 증가에 따라 MSCI 편입 비중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금보험공사는 내달 9일까지 대금 수령 및 주식 양도 절차를 마무리해 매각 절차를 종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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