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3조각 난 日도시바..개혁일까, 눈속임일까

황민규 기자 2021. 11. 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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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기업 중 유례없는 일..기대반, 우려반
일각서는 "행동주의 펀드에 경영권 휘둘려" 비판
WSJ "J&J, GE와 달리 벼랑 끝에서 내려진 결정"

전자왕국 일본의 부흥을 주도한 ‘개국공신’에서 ‘일본의 수치’로 전락한 도시바가 인프라, 디바이스, 반도체 메모리 등 사업을 3개로 분할해 다시 한번 부활을 모색한다. 일본 대기업이 이처럼 완전히 분할돼 다시 상장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존슨앤존슨(J&J), 제네럴일렉트릭(GE) 등 미국의 대기업 분할 사례와 엮어 이른바 ‘대기업들의 변혁’이라는 관점에서 도시바의 결정을 해석하고 있지만, 지난 10여년간 도시바의 행보를 주시해온 일본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현지 언론서는 뚜렷한 목표와 중장기적 계획 하에 진행되는 분할이 아니라 단순히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능한 경영진과 실패의 연속

지난 2015년 도시바는 분식회계 발각에 이어 이듬해 무려 3배나 비싸게 주고 샀다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대규모 적자와 파산으로 2017년 3월 결산 당시 일본 제조업 사상 최대였던 9660억엔(10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구루마타니 노부아키 도시바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이후 상장폐지 기로에 섰고, 막다른 골목에서 영업이익의 90%가 나왔던 키오시아(전 도시바 메모리) 지분 약 50%를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현재도 여전히 도시바가 40%의 지분을 들고 있으나 국가 산업의 중추인 동시에 안보와도 직결되는 반도체 지분 상당부분을 해외에 매각한 것은 낸드플래시의 선구자격인 도시바에 큰 생채기를 냈다.

이후 일본 내에서도 도시바 경영진의 무능함은 줄곧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실질적으로 이렇다할 변화는 없었다. 이후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6000억엔 규모의 제3자 증자를 단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과 에피시모 캐피탈 등 ‘반갑지 않은 손님’마저 동승하게 됐다.

◇3분할 전략은 급조된 전략?…현지서도 비판론

지난 12일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설명회에서 도시바를 3개 회사로 분할하고 오는 2023년 하반기 각각 상장한다는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했다. 도시바를 인프라서비스와 디바이스, 남은 도시바 그룹(도시바 반도체) 등 3개 회사로 나누는 것이 분할안의 핵심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도시바의 회사 분할 방안을 두고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의 표현을 빌려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 스스로를 전복시키는 변화(gradually, then suddenly)’로 표현했다. 오랜 기간 곪아왔던 실패의 축적을 바탕으로 급진적 변화를 모색한다는 의미다.

다만 도시바와 함께 언급되고 있는 J&J, GE와 도시바의 사례는 많은 측면에서 다르다고 WSJ는 전했다. J&J, GE를 비롯한 수많은 미국 기업들은 더 높은 수익과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자, 자산가, 행동주의 펀드, 로펌, 회계사, 규제기관 등의 요구에 의한 변화에 해당한다.

도시바 일본 요카이치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 /도시바 제공

일본의 경우 비즈니스 생태계가 주로 기업의 경영진을 보호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이처럼 외부 압력에 의해 쪼개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기업들이 금융기관까지 거느리는 일본 특유의 게이레츠(系列·대기업집단) 체제가 오랜 기간 굳어져온만큼 지배구조 혁신이 유연하지 못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그만큼 도시바의 분할은 일본 재계에서는 낯선 도전이다. 도시바의 분할 방안이 급조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도쿄 증권가나 도시바 내부에서는 이번 분할안에 대해 도시바가 행동주의 펀드 투자가들에 입김에 의해 결정된 방안이라는 시각도 많다. 실제 불과 두달전까지만 해도 도시바 재건 방안에는 기업 분할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WSJ는 “도시바의 상당한 지분을 취득한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도시바의 운명이 맡겨지게 된 것은 이 회사가 수년간 자신의 잘못을 피하는데 급급하다가 결국 더이상 도망칠 곳이 없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며 “3자 분할이 좋은 전략일지 아닐지, 혹은 누구에게 이로운 것일지는 알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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