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곁다리만 건드는 주택 공급 정책

김송이 기자 2021. 11.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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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 공급 정책의 키워드는 '신속'이다.

주택 공급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비주택 개조'로 포장했지만, 결국 주택이 아닌 곳에 살라는 의미이다 보니 제대로 된 공급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작 서울 핵심지 주택 공급 방안인 재건축을 묶어둔 채 이런 정책을 쏟아내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시장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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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 공급 정책의 키워드는 ‘신속’이다. 지난 10일 정부는 서울 도심 내 소규모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참여 소규모재건축 사업 대상지 공모에 나선다고 밝혔다. 소규모 재건축은 정비계획 수립이나 안전진단과 같은 절차가 생략돼 일반 재건축보다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주택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고 있다. 주택 공급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소규모재건축은 대지면적 1만㎡ 미만, 기존 주택 세대수가 200가구 미만인 노후 연립주택이나 소형 아파트에서 이뤄지는 정비사업이다. 대상 지역의 가구 수 자체가 적다 보니 일반 분양 대상 물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

노후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리모델링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부족한 수도권의 신규주택 공급을 충당하기 위해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에서 잇따라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리모델링 역시 주택 공급 기능에는 한계가 있는 방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리모델링을 통해 노후 주택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증축할 수 있는 가구 수가 한정적인 데다 기존 뼈대를 이용하기 때문에 구조 변경도 쉽지가 않다”면서 “주택 공급이 목적이라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상당수가 이렇게 핵심을 놔두고 곁다리를 건드리는 식이었다. 아파트 공급 부족을 해결한다며 지난달에는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켰다. ‘주거용’이 아닌 대형 오피스텔에 바닥난방을 허용하고,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용할 경우 건축기준 일부를 완화해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전세 공급 대책도 예외는 아니다. 새 임대차법으로 전세 시장이 불안해지자 정부는 작년 말 11·19 공급대책을 내놨다. 월세로 운영하던 공공임대주택의 공실을 전세형으로 전환해 올해만 3만9000여가구를 공급하고, 손님이 끊긴 호텔 등을 개조해 6000여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비주택 개조’로 포장했지만, 결국 주택이 아닌 곳에 살라는 의미이다 보니 제대로 된 공급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정부의 조급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3기신도시가 실제로 입주하려면 아직 수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당장 시장에서는 집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니 이것 저것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은 어찌 보면 열심히 일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서울 핵심지 주택 공급 방안인 재건축을 묶어둔 채 이런 정책을 쏟아내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시장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민간 아파트로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해 분양가가 불만족스러운 정비사업 조합들이 일반 분양을 미루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등 서울에서만 1만가구의 공급이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다. 그렇다면 이제 시장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비(非)주택 규제 완화가 아닌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도심에 신축 공급을 대거 늘려야 한다. 공급이 늘어나면 천정부지이던 집값도 잡힐 수밖에 없다. 신축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락하고 있는 세종과 대구의 집값을 한번 들여다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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