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스토킹 살인, 그게 왜 페미니즘 해야 하는 근거냐"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게 될 이준석 당 대표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이 한국사회의 여성 차별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고수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나 '스토킹 살인은 명백히 성차별에 기인한 문제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것(사건)에 대한 답을 페미니즘이라고 한 것이 문제"라며 "그런 범죄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그게 왜 페미니즘을 해야 하는 근거가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앞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이 사건을 언급하며 "이별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라"고 하자, 자신의 SNS에 "선거 때가 되니까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장 의원의 주장을 "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 "차별적 담론"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스토킹 살인의 배경에 성차별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것 자체가 어떤 개연성인지 장 의원이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본인의 정치적 주장을 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여성주의 운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하는 인식 자체가 비약"이라고도 했다.
'한국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전제에는 동의하느냐'고 재차 묻자 이 대표는 "그에 대해서는 몇 번이나 제 의사를 밝혔다"고 답을 피하며 "지금 상황에서 그 질문이 나오는 의도는 잘 모르겠다. 이것은 그것과는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여성 차별이 존재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이 대표가 과거 수 차례 밝혔다는 입장은 이렇다. 이 대표는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 걷기 싫은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망상에 가까운 '피해 의식'"(2021.5.8 <한국경제> 인터뷰)이라고 했다.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있다"(같은 인터뷰)라고도 했다. 다른 방송 인터뷰와 SNS 등에서도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느냐"라고 하거나,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비판에 대해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한 적도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취임 후 자신의 과거 발언들에 대해 해명하거나 철회한 적이 없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은 줄을 잇고 있다. 정의당은 이날 오현주 대변인 논평에서 "극우 정당에서나 들을 법한 발언이 (제1야당) 상임선대위원장 발언으로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며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한다며 길길이 날뛰고 있는데, 정말 묻고 싶다. 대통령 선거에서 젠더폭력에 대한 공약, 여성안전공약은 필요 없다는 것인가? 이 대표의 자기 정치가 국민의힘 공식 입장인가?"라고 지적했다.
오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데이트폭력 살인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이냐"며 "교제 살인을 멈춰달라는 여성들의 요구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것인지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분명히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SNS에서 "공당의 대표가 그 살인의 명백한 젠더(성별)적 성격을 부정하고 나선 것은 큰 문제"라며 "이 대표는 이 끔찍한 범행의 동기가 뭐라고 생각하나?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 복수심에 따른 보복살인? 아니면 단순 과실치사? '젠더'를 빼고 설명할 수 없는 이 범죄의 본질을 극구 부정하는 이유가 뭐냐"고 질타했다.
진 전 교수는 "남성이 교제하는 여성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고, 살해 이유는 대부분 헤어지자고 했다는 것"이라며 "이별을 통고받았다고 어디 여성이 남성을 죽이더냐? 이게 이 대표 말대로 그저 우연에 불과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진 전 교수는 "데이트 폭력, 데이트 살인의 동기는 젠더에 있고, 이런 범죄를 막으려면 남성들이 가진 그릇된 인식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나아가 "공당의 대표라면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하는 일이 고작 남초 커뮤니티에 죽치는 안티페미들 심경 관리해주는 것이냐"며 "그 수법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당 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지만, 대선은 집안잔치가 아니다. 2030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같은 수의 표를 갖고 있다. 본인의 입지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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