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에 은퇴한 무명 선수 출신 감독' 플릭, 독일 축구 부활을 이끌다

조홍민 선임기자 2021. 11. 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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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게티이미지코리아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독일은 11위를 마크했다. 8월에 16위까지 떨어진 순위가 오르긴 했으나 10위권 밖의 성적은 한때 FIFA 랭킹 1위로 군림했던 ‘전차군단’ 독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최근 독일이 전성기에 버금가는 경기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한스 디터 플릭 독일 감독(56·사진)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독일 축구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15년간 ‘장기집권’한 요아힘 뢰브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플릭이 지난 7월 독일 축구팀을 맡은 뒤 독일은 7전 전승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내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출전권도 가볍게 손에 넣었다.

플릭이 부임한 뒤 7경기에서 독일이 터뜨린 득점은 무려 31골(경기당 4.4골). 이에 반해 실점은 단 2골(경기당 0.3골) 밖에 되지 않는다. 루마니아와 아르메니아에 각각 한 골씩 내줬을 뿐이다. 비록 유럽의 강호가 아닌 팀들과 맞붙은 결과이긴 하지만 ‘데뷔 7연승’은 독일 역대 대표팀 감독 취임 후 최다 연승 기록이다.

불과 7개월 전 북마케도니아(당시 랭킹 65위)에 1-2로 충격패를 당해 조 3위까지 내려앉으며 본선 직행 여부를 걱정해야 했던 독일이 옛 모습을 되찾은 데는 플릭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독일 대표팀을 맡은 플릭은 30대 베테랑과 10대 신예들의 조화에 성공하는 한편 이름값이 아닌 경기력으로 선수를 뽑고 기용하는 용병술로 잠재력을 이끌어냈다. “독일 대표는 항상 베스트 멤버로 갖춰야 한다. 나이와 경력은 상관없다”는 그의 지론이 그대로 녹아들었다. 뢰브 감독 밑에서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아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을 잘 활용했다.

뢰브와는 다른 선수 배치와 기용 등을 통해 전술면에서도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특히 카림 아데예미(19)와 자말 무시알라(18), 플로리안 비르츠(18) 등 어린 선수들을 소집해 경기에서도 자주 기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데예미와 무시알라는 A매치 데뷔골도 넣었다.

한스 디터 플릭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맡고 있던 지난해 7월 DFB 포칼에서 우승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금은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플릭 감독은 현역 시절 그다지 주목을 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대학의 도시’ 하이델베르크에서 출생한 플릭은 현지 클럽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1982년 당시 4부 리그 소속이었던 잔트하우젠(현재 2부 리그)으로 이적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를 눈여겨본 바이에른 뮌헨의 우도 라텍 감독은 코치를 파견해 플릭의 경기를 지켜보도록 했고, 경기 다음날 입단 계약서에 사인했다.

플릭은 1985부터 90년까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면서 4차례의 리그 우승과 1차례의 컵 우승을 팀이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1986~1987시즌에는 리그챔피언십(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올랐으나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1990년 쾰른으로 이적했으나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28세 때인 1993년 은퇴했다. 플릭은 아주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현역 시절 독일 대표팀에 단 한 차례도 선발되지 못했다.

그가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다. 1996년 현지 4부리그 소속인 빅토리아 바멘탈을 맡으며 자질을 인정받았다. 그를 주목한 것은 디트마르 호프 호펜하임 회장. 호프 회장은 플릭에게 호펜하임의 지휘봉을 맡겼고, 플릭은 부임 첫해인 2000년 팀을 4부에서 3부리그로 승격시켰다. 2003~2004시즌에는 3부리그 소속으로 컵대회 16강에 올라 분데스리가의 강호 레버쿠젠을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2005년 호펜하임을 떠나 잘츠부르크 코치로 가게 된 플릭은 2006년 여름 뢰브 감독으로부터 독일 대표팀 코치를 맡아달라는 부탁 전화를 받았다. 뢰브의 수석 참모로서 활약하면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독일은 2008년 유럽선수권 준우승과 2010년 월드컵 3위, 2012년 유럽선수권 4강의 성적을 올렸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7월 DFB포칼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우승시킨 뒤 각종 대회에서 따낸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한 한스 디터 플릭. 게티이미지코리아


그의 명성이 절정에 오른 것은 바이에른 뮌헨 시절이었다. 팀의 수석코치로 있던 플릭은 2019~2020시즌 도중에 감독 대행으로 부임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공식전 32경기 무패(31승1무)와 23연승의 경이로운 기록을 이어가며 분데스리가, DFB-포칼(컵대회), 유럽챔피언스 리그를 모두 제패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또 2020년 9월에는 UEFA 슈퍼컵, DFL-슈퍼컵에 이어 2021년 2월 FIFA 클럽 월드컵까지 우승해 시즌 6관왕을 이뤄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려도 가장 먼저 주위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한다. 그래서 ‘항상 겸손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많은 타이틀을 따냈지만 그 뒤에는 항상 궂은 일을 해온 스태프들과 똘돌 뭉친 팀원들이 있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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