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 맡겼다 끙끙 李 vs 직접 뛰며 골격 짠 尹..'선대위 전쟁' 명암
'김종인·김병준·김한길' 갖춘 尹, 직접 이견 조율로 우려 불식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박기범 기자 = 여야 선거대책위원회가 22일 일제히 변곡점에 놓였지만, 그 온도 차가 뚜렷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내홍에 빠진 선대위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 깃발을 든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김종인·김병준·김한길 등 영입에 성공하며 '3김(金)' 진용을 갖췄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전 국민 선대위' 회의에서 "새로운 민주당의 1일차다. 저와 민주당은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며 청년 등에 거듭 사과를 표명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도 "책임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사회적 약자를 거론하면서는 울먹이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선대위 쇄신 전권을 위임받은 이 후보의 태세 전환을 가감 없이 선보인 자리였다. 중앙선대위의 명칭을 바꿔 재탄생한 '전 국민 선대위'에는 기존 참석자였던 지도부가 빠졌다. 늘 당 색깔인 '파란색' 점퍼를 입었던 이 후보는 이날 점퍼 대신 재킷을 입었다.
민주당 선대위가 '변화'에 몸부림치는 이유는 지지율 부침을 겪는 이 후보의 현실에 비해 기민하지 못한 선대위 대응 체계 탓이다.
당은 지난달 10일 일찌감치 후보를 확정하고 선대위 구성에 나섰다. 다만, '원팀'을 위한 탕평에 치중하다보니 조직은 비대해졌고 책임은 모호해졌다. 실무 조직 역시 방치되면서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 낙상사고부터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여러 이슈 대응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 선출 전까지 격차를 벌릴 상당 기간의 기회를 공중에 날려버렸고 '원팀', 이른바 '용광로 선대위' 출범 19일 만에 직접 선대위 전면 개조에 나섰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팀 달성을 위해 거의 모든 의원들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렸는데,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나왔다"며 "많은 의원이 참여하게 만드는 과정에도 시간이 걸렸고 의사소통이 느리고 복잡하더라"고 전했다.
이 후보의 새로운 선대위는 실력파를 전면에 세우며 경량화하는데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은 밑바닥 민심을 살피기 위한 '하방 운동'에 주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직 슬림화 과정에서 효율성 제고를 위해 '7인회'와 '성남 라인' 등 이 후보 측근들의 입김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 당 내부에서 송영길 대표 책임론 등 갑론을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김한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정작 자기 (반성) 이야기는 없다"며 송 대표를 직격했고 박용진 의원은 이날 "연출해야 할 사람들이 무대 위로 출연해선 안 되고 자꾸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일들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상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대표가 당대표 자리를, 선대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면 안 된다.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며 옛 광흥창팀과 같은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거론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핵심인사 영입에 직접 나서며 자신이 구상한 대로 선대위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당헌당규상 보장된 '당무우선권'을 이용해 자신이 직접 주요인사 영입에 나서 선대위를 둘러싼 이견을 앞장서 해결했다는 평가다.
윤 후보 선대위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총지휘한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다. 김한길 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새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준석 당 대표는 당연직으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일찌감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대우하며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논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 두 사람 간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윤 후보는 김병준 전 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 등 영입을 원했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이 거부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은 비공개 회동을 했는데, 당시 김종인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를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윤 후보는 김병준-김한길 두 사람 영입계획을 설명했고,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전하기 위해 만남 자제를 부인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만에 김병준-김한길 두 사람의 합류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윤 후보는 두 사람의 영입에 이견을 보인 김종인 전 위원장 설득에 성공한 모습이다.
사무총장을 두고 제기됐던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설로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결국 윤 후보가 이 대표를 적극 설득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권성동 사무총장 임명으로 윤 후보가 바라는 인사가 이뤄졌다.
3김과 권성동 사무총장 임명 등 선대위를 둘러싼 일련의 갈등이 윤 후보가 바라는 구상대로 정리되면서 야권 내부에서는 제1야당 대선후보로서 정치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선언 4개월, 국회의원 0선으로 정치경험 부족이 윤 후보의 '약점'으로 꼽혔지만, 자신을 향한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선대위 경쟁'에서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점수를 획득한 모습이지만 국민의힘으로서도 과제가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3김'이 옛 민주당 계열에서 활동한 경력을 갖추고 있어 외연확대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 우려도 있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고령에다 정치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올드 보이'란 점 역시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세대 지지세 확대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jy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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