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잔치 은행은 '생산적 금융'했나?..시민이 대안금융 열자

한겨레 2021. 11. 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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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임팩트 투자 플랫폼, 사회의 미래에 투자하는 문화 조성
사회 가치 창출하는 프로젝트·사업에 돈의 흐름 이어줘
임팩트투자 플랫폼 비플러스 누리집(benefitplus.kr)

“내 돈이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쓰였다니 기쁘네요.”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회사에 한 중년 여성이 남긴 후기다. 처음엔 수익률에 대한 기대로 투자를 결정했는데, 내 돈이 좋은 일에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자부심이 생겨서 좋았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이 시민 투자자는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착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잘 모른다. 가치 있는 프로젝트와 개인을 연결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만들기 위한 중개 비즈니스. 개인의 투자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착한 기업, 훌륭한 사업에 돈을 빌려줌으로써 투자자와 투자처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마당이 ‘시민 참여 임팩트 투자 플랫폼’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투자연계(P2P) 시장에서 활동하는 회사들은 무척 많다. 하지만 임팩트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은 드물다.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과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개기관은 투자원금과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가치가 높아도 손실이 생기면 사람들은 떠날 것이다.

기존 금융거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이지만, 착한 투자자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등 온라인 임팩트 투자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 같아 고무적이다.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한편에선 영혼까지 끌어당겨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지구 환경과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며 마음을 보태는 이들이 있어 희망이 느껴진다.

시민 참여형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 덕분에 과거보다 돈의 흐름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자금에 목말라 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정책 금융기관들을 통해 돈을 빌리거나 투자받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시민들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직접 조달받으면 어떨까. 금융회사에 돈을 묻어두는 것보다 나은 수익률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시민들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선뜻 투자할 것이다. 은행에 맡긴 돈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방식은 내가 직접 투자처를 고를 수 있다. 내 돈이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일 수 있다. 이것이 시민 참여형 임팩트 투자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다. 수익만 좇는 차가운 금융 질서를 넘어 돈이 우리 사회를 위해 유익하게 쓰이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올 한 해, 시중 은행들은 역대 최고 호황을 누리며 수십조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이익 대부분은 예·대 마진이고, 원천은 시민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빌려주고 거둬들인 이자 수입이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 생계유지를 위해 절박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자 장사를 하고 큰돈을 벌었다. 은행들은 과연 이 수익을 누릴 만큼의 가치를 창출했을지 묻고 싶다.

동시에 금융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금융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어떤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방식은 그대로 둔 채 대출 총량을 줄이는 것만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겠는지, 사회와 환경을 위한 금융 지원체계는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지, 금융이 시민을 위해 일하도록 하려면 어떤 변화가 따라주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돈의 주인은 누구인가? 시민이다. 정부에 낸 세금도 은행에 맡긴 예금도 모두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하지만 현실의 금융은 시민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가 됐다. 낡은 질서를 바꿀 수 있는 해법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자각과 실천 그리고 사회적 상상력이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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