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이제 '경제'의 시간

2021. 11. 22. 11: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연 6%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금융 수장의 말이 일파만파 번지자 부랴부랴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각 은행 대출금리 산정 및 운영이 모범규준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할 것"이라 말하며 불을 끄는 모양새다.

다만 최근의 대출금리 상승이 우대금리 등을 축소하며 상승폭과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면 원인을 짚어볼 필요는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연 6%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산 가격 상승에 대출로 쫓아가던 이들은 갑자기 늘어난 이자 부담이 버겁다. 급기야 금융당국에 질타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에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의 일종이기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금융 수장의 말이 일파만파 번지자 부랴부랴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각 은행 대출금리 산정 및 운영이 모범규준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할 것”이라 말하며 불을 끄는 모양새다.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시장경제에서 정책 개입의 최소화는 전제된 원칙이다. 다만 최근의 대출금리 상승이 우대금리 등을 축소하며 상승폭과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면 원인을 짚어볼 필요는 있다. 불행히도 이 부분에서 당국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대출 총량을 압박하며 은행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빠르게 올릴 명분을 줬기 때문이다. 정권 말 금융정책을 지휘하게 된 고승범 위원장은 난감하게 됐다.

무엇보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답을 찾기가 더 어렵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은 이전 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원할 것 같던 저금리 시대가 갑작스레 방향을 튼 것은 당시 시중에 풀린 돈이 기업으로 들어간 것과 달리, 이번엔 소비자의 지갑으로 흘러갔기 때문으로 보는 이가 많다. 금융위기 당시 소비자는 가격이 더 저렴한 제품을 선호했지만(맥킨지 보고서, 2009년) 코로나19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소비자들은 더 비싸고 좋은 상품을 사들이는 ‘보복소비’에 나서고 있다. 루이뷔통을 보유한 LVMH는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난 155억 유로(약 21조원)를 기록했고, 에르메스 주가는 최고가를 경신하며 최근 1개월간 30% 상승률을 보인다.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공급 병목’ 현상도 이전 위기에선 두드러지지 않던 점이다. 예상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마무리 투수로 자리한 금융 수장들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수요 누르기의 부동산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그 과정에서 가계 빚이 급증했는데, 하필 물가상승과 금리인상기에 자리에 앉았다.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때에 지휘봉을 잡게 됐다. 고 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과열된 자산 가격을 잡기 위한 가계대출정책을 강조했다. 어쩌면 금리상승 흐름이 자연스럽게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올 초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전 경제관료 5인은 ‘경제정책 아젠다 2022’라는 책을 내 정책 과제와 비전을 제시했다. 최근엔 원승연 명지대 교수(전 금감원 부원장) 등 11명의 경제학자가 ‘정책의 시간’이란 책으로 현 정부 경제정책을 반성하고 다음 정부의 정책과제를 되짚었다. 그만큼 지금이 경제정책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때란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정책적 묘수를 발휘해 국민의 살림을 편히 돕는 것이 공직자의 일이다.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로, ‘세상일을 잘 다스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함’이란 뜻이다. 이 뜻이 정책 곳곳에 스며드길 기대해본다.

yjsung@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