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문 대통령, 2년 만에 '국민과의 대화'..평가는?

문준모 기자 2021. 11. 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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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일찍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상시적 소통 방식 고민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11월 21일)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열고 직접 소통에 나섰습니다. 2019년 11월 이후 2년 만입니다. 주관사인 KBS가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국민 패널 300명을 선정했고, 그중 백신 접종 완료자 200명은 현장에, 미접종자를 포함한 나머지 100명은 화상으로 참여했습니다. 약 100분 동안 22개의 질문이 나왔고, 여기에 대통령 또는 국무위원들이 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행사 취지는 '단계적 일상 회복의 성공을 위해 국민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었지만, 임기 마지막 직접 소통 행사였던 만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의 성격도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 "가장 아쉬운 점은 부동산"

부동산에 대한 질문은 두 차례 있었는데, 문 대통령은 예상했다는 듯 수긍하며 거듭 사과했습니다.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며 "서민들에게 많은 박탈감을 드리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함으로써 무주택자나 서민들, 청년들, 신혼부부들에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충분히 드리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조금 더 주택공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역대 정부보다 입주, 인허가 물량, 계획 물량 등이 많다, 다음 정부에까지 우려가 넘어가지 않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고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부동산에서의 불로소득, 초과이익 환수 등 대책들을 정부가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입니다.
최근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도 아쉬웠던 대목으로 꼽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요소수 문제는 보다 일찍 파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문제를 파악하고 난 이후에는 정부가 기민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서 문제가 해소됐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잘한 점은 K-방역"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제일 큰 성과를 묻는 질문에 "K-방역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위상이 아주 높아졌다"면서 "한국은 경제, 민주주의, 국방, 문화, 보건·의료·방역, 외교 등 모든 면에서 '톱10'의 나라가 됐다,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진과 국민의 협조에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고,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도 초과 세수를 활용해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돌파 감염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돌파 감염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접종을 단축해서 보다 빠르게 실시하고 있다"며 "3차 접종까지 이뤄지고 나면 돌파 감염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선 "우리나라가 치료제를 3번째로 개발한 나라"라며 "11개 회사가 개발 중인데 그중 2개 회사가 3상 실험에 들어갔고 경과가 좋아서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산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 해외에서 먹는 치료제 40만 명분을 선구매했고, 늦어도 내년 2월에는 들여올 계획인데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도 전했습니다.
 

"자부심 가져달라" vs "진정한 사과 없다"

문 대통령은 '자부심'이라는 단어를 네 번 써가며 스스로를 폄훼하지 말자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사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문 대통령이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위상에 대해 당당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며 "자부심은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세계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주요 7개국, 즉 G7을 확대해 G10을 구성할 경우 가장 먼저 대상이 되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이 성취는 우리 정부만의 성취가 아니라 역대 모든 정부의 성취가 모인 것이고, 오랜 시간 국민들이 노력해서 이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야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진심 어린 사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2019년 국민과의 대화의 재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논평했습니다. 정의당 역시 "5년 간 심화됐던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에 대해 진솔한 사과나 책임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조금 더 일찍 했더라면…


100분간 쉬지 않고 질문이 이어졌지만 다수의 국민들이 궁금해할 질문 여러 개는 결국 대통령에게 묻지 못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주된 주제였던 방역이나 일상 회복 문제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지엽적인 질문들에 시간이 할애돼 속 시원한 해법까지 제시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특히, 종전 선언 제안 이후 진행상황이나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보이콧 검토에 따른 영향 같은 외교 사안, 또 대장동 문제나 고발 사주 의혹 등 정치 현안 등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사전 극본이 없는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기획단계부터 질문의 범위를 방역, 민생경제 등으로 한정시켰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질문 범위를 미리 제한한 건 100일 남짓 남은 대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질문은 제외해야 하는 시기적 이유가 컸을 거고요. 그래서 오히려 각 대선 후보들이 선출되기 전에, '국민과의 대화'를 더 일찍 서둘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랬다면 대통령이 국민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지금보다 더 풍성했을 테고, 국민들의 관심도 더 높지 않았을까요. 남은 6개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인 만큼 지금이라도 보다 상시적이고 직접적 소통의 방식은 없는지 청와대의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문준모 기자moonj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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